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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 이용악 특집(2)-'낡은 집' 첫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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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밤으로/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대대손손에 물려줄/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이용악 특집(2)-'낡은 집' 첫부분
■ 어느날 식구 모두 야반도주해버린 그 집. 낡은 집은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몸부림치듯 벗고 떠나간 '허물'같은 것이다. 함께 살던 이웃들은, 자신들의 운명일 수도 있는 그곳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어했다. 불행이 감염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날로 밤으로'는 '낮으로 밤으로'의 의미이다. 어린 소년은 이 집을 무서워하면서도 자주 훔쳐보았다. 집은 꿈쩍않고 거기 그냥 있었지만, 거미줄이 햇살에 철렁거렸다가 달빛에 흔들거렸다가 그랬다. '흉집'이란 이성적인 이유로 따질 수 없이 그냥 나쁜 집이다. '이 집에 살았던 백성들'은 낡은 집의 옛 거주자를 말하는 것이지만, 조선 전체의 백성들의 형편을 함의하기도 한다. 동곳은 상투를 틀어지지 않게 꽂는 것으로 남자들의 노리개같은 것이고 관자는 상투를 튼 뒤에 머리를 정리하는 그물 속모자인 망건의 줄을 꿰는 작은 고리를 말한다. 은동곳과 산호관자는 값진 동곳과 관자를 가리킨다.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사치품이라고는 갖지 못했던 가난뱅이였다는 얘기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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