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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과 공지영, '르포'로 담아낸 희망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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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노동자 삶 다룬 조지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공지영은 첫 르포 '의자놀이'에서 쌍용차 해고 사태 다뤄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옥이 있으리라고 상상할만한 모든 것이 탄광 막장에 있다. 더위, 소음, 혼란, 암흑, 탁한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이 갑갑한 공간이 그것이다.(중략)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비교적 고상한 생활은 실로 땅 속에서 미천한 고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얻은 것이다. 눈까지 시커메지고 목구멍에 석탄가루가 꽉 찬 상태에서 강철 같은 팔과 복근으로 삽질을 해대는 그들 말이다."

1936년 조지 오웰이 목격한 영국의 탄광촌 광부들의 삶이다. 조지 오웰은 이들의 실상을 취재해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이후 약 두 달 간 북부의 위건, 리버풀 등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지낸다.
르포의 고전이라고도 불리는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이런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대 공황기였던 당시 영국의 탄광 노동자들의 절망과 희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지 오웰은 지난 10년 간 영국의 노동계급은 소름끼칠 정도로 급속히 비굴해졌다고 기록했다. 실업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에 주눅이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2012년, 한국의 쌍용차 해고자들은 주눅이 든 정도가 아니라 삶 자체가 무너져버렸다. 그 결과는 22명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공지영이 쌍용차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건 13번째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다. 공 작가는 "부모가 모두 자살해 졸지에 고아가 된 남매 이야기를 듣고는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업과 해고는 뉴스 한 자락에 늘 있어왔다. 그런데도 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졌던 작가는 그들의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함께 아파하며 이 책을 완성했다. '의자놀이' 초반부는 일자리에서 해고돼 삶 자체가 파괴된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이 그들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작가는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의 자살시도를 보고 '사람은 폭력보다 절망에 의해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 책은 작가 공지영이 내놓은 첫 '르포르타주' 작품이다. 2009년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이 그로부터 3년이라는 세월동안 겪게 되는 비극을 파고들었다. 죽음의 그림자와 싸우는 고통에 대한 공감과 문제해결을 위한 꼼꼼한 분석이 돋보인다. 작가는 책을 내놓으며 "아직 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지금 출범하는 국회 쌍용차특위가 진상을 규명해 살아계신 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위건부두로 가는길/조지오웰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의자놀이/ 공지영 지음/휴머니스트/1만2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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