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최근 현·선물 시장을 넘나들며 눈에 띄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이번 달 들어 2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7063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차지한 부분은 5185억원. 같은 기간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8610억원, 516억원 매도 우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하이마트(252억원), 현대백화점(233억원) 등 유통업에도 관심을 보이며 93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LG화학(535억원), SK이노베이션(490억원), 호남석유(470억원), 금호석유(263억원), 한화케미칼(207억원), 포스코(365억원) 등 화학(522억원)·철강금속(438억원)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또한 약세장에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통신업(637억원) 등 경기방어주에도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 KT(380억원)과 SK텔레콤(196억원)도 연기금의 이번달 매수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등판하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 조건으로만 보면 '바로 지금'이다. 연기금을 비롯한 가치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주가수익비율(PER) 8배 수준에서 이뤄져 왔다. 이 수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짙어진 가운데 스페인 등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며 1760선까지 내려앉았다. 연기금은 다음 날 1700억원어치 이상을 강하게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유럽의 재정위기 영향에 따른 증시 폭락 당시에도 연기금은 저가매력에 베팅해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 있다.
송유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가치투자자의 주요 관심 대상인 대형주와 약세장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경기방어주가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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