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권한나의 캐디편지] "여자라고 무시해?"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남자들 사이에 낀 여자 고객은 늘 보던 평범한 여성골퍼였습니다.

미소가 출중한 이 고객은 갑자기 일이 생긴 남편 대신 합류했다네요.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이 이 여성한테 '핸디'를 달라고 울어댑니다. 클럽으로 보나 스윙으로 보나 어느 정도는 저를 힘들게 하지 않을 고객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금방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첫 홀부터 내기가 시작됩니다. 보통 여성들의 내기는 1000원이나 2000원짜리고, 그래도 '줬네, 안줬네'하며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입니다. 우리 캐디들 역시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스코어를 정확하게 기재해서 돈 계산도 명확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이 여성 고객은 그러나 평범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공치는 실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세 명의 남자가 아무리, 이른바 '구찌 작전'을 펼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쁜 미소를 띠며 여유 만만입니다. 홀이 지날수록 핀 옆에 달라붙는 공들은 물론 홀에 공이 들어가는 '땡그랑' 소리도 이 여성고객에게서만 들립니다. 나머지 세 명은 연신 땀만 줄줄 흘립니다. 누구든 3홀 이상 돈 잃고 기분 좋은 골퍼 없다죠. 이미 9개 홀 이상 돈을 잃었으니 속칭 '멘붕(멘탈붕괴)'이 찾아오고도 남는 시점입니다.

후반에 들어서는 '구찌작전'이 '한방작전'으로 바뀝니다. 티잉그라운드에 있는 '복수의 종'을 울리며 배판을 불러 판돈을 키웁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결국은 78타라는 무시무시한 스코어로 세 명의 남자 주머니를 털어간 '여장부 골퍼'입니다. 필드에는 은근히 여자골퍼를 무시하는 고객이 많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뒤에서 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 여성들을 깔보지 마시기를 경고합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