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뜨거운 햇빛만 쐬다 꿀 같은 단비를 맞았기 때문이죠. 보기만 해도 목마른 듯 말라가던 나무들은 싱싱한 향기를 내뿜으며 며칠 한가하던 골프장에 골퍼들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사람들은 해가 지날수록 나이를 먹고 연약해지지만 나무들은 뿌리가 더 견고해지고 나뭇가지들은 쭉쭉 뻗어 나가며 잎사귀들은 더욱 더 풍성해집니다.
제가 보낸 7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코스 구석의 나무를 볼 때면 "여기 이런 나무가 있었네"하며 이 나무 옆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매일 지나가는 길에 왜 이 나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하며 아직도 구석구석 내가 모르는 나무와 꽃들이 있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하죠.
낯설게 느껴지는 나무를 볼 때면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항상 가던 길만 가고 지나는 길만 기억하는 단순하고 무심했던 생각이 몇 년 동안 늘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코스의 나무마저 낯설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동안은 고객이 페어웨이로 보낸 공만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무 뒤 구석으로 간 공은 당연히 좋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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