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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뭄에 나무 심겠다는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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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곳곳의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호수는 바닥을 훤히 드러내며 단비가 내릴 날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뭄으로 갈라진 땅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최근 그가 이끌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피 지수는 1800선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 변수로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급감했다. 변동성이 커진 탓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이며 증시로 유입되는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이달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4조892억원으로 지난해 8월(8조1247억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달 일평균 거래량은 3억8430만주로 지난 2월 6억2800만주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가뭄은 이미 오래됐다. 금융위기 이후 코스닥 지수는 500포인트에서 횡보하며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장세에 기업공개(IPO)도 급감했다. 올 들어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0개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개에 비하면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김 이사장이 제시한 해법은 외국 기업 유치와 코스닥 시장을 첨단기술주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SDS 등 유망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거래소는 그리스와 지난달 상장 유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실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외부적 성과 때문에 해외 기업, 상장 의지가 없는 재벌 계열사 유치 작업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주식 시장이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은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 기업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사야 하는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다. 해외 석학들이 박수를 보낼 정도로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재 있는 우수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매력을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주식 시장의 가뭄을 해갈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갈라진 땅을 적실 수 있는 물길을 정비하고 실제로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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