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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여름습격]로드숍 상인들 "냉방온도 지키다 손님 다 날라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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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여름습격]로드숍 상인들 "냉방온도 지키다 손님 다 날라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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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4일 오후 명동,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종일 섭씨 16도(체감온도 13도) 수준의 선선한 날씨가 계속됐지만, 대부분의 매장에선 습관적으로 냉방 시설을 가동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한 건강음료 전문 로드숍은 1~3층 대형 매장 안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지만 에어컨 희망온도는 20도에 맞춰져 있었다. 매장 1층에 설치된 소형 온도계 역시 똑같이 2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름철 에너지 절약 적정온도 26~28도'라고 적혀 있었지만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것.
명동의 다른 대형 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안 쪽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벽 모서리마다 세워져 있는 에어컨 4대가 모두 꺼진 상태였지만 점원에게 "매장 안이 덥다"고 말하자 군말 없이 22도로 맞춰 에어컨 1대를 가동시켰다. 이날 매장 실내온도는 23도. 냉방기 부분가동으로 비슷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있던 또 다른 의류매장에서도 덥다고 불평하자 직원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았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6도입니다"라고 설명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동 지역 상권에서 정부가 정한 '26도'를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인 손님들로 북적이던 한 화장품 전문점에서는 매장 출입구 천장에 설치된 에어커튼 4대가 풀가동되고 있었다. 매장 직원 김모(28)씨는 "평상시에는 22~23도를 유지하고, 한여름에는 20도로 온도를 낮춘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손님들 불평이 심해진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26도 수준에서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차기라도 하면 아마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 매장 말고도 화장품 매장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에어컨을 켜놓은 채 출입문을 열어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생각하는 여름철 적정온도는 대부분 22, 23도 수준. 정부의 권고 수준과는 약 4도 차이가량 났다.

캐주얼 의류매장 부점장 김모(여, 29)씨는 "여름철 의류 매장 온도가 26도라면 손님들이 옷을 입어보는 피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도 "장사하는 입장에서 지금은 아무래도 실내온도는 손님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가 법적으로 26도를 강제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실내온도 규정이 에너지 절약 방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프랜차이즈 바디용품점 점장 박(여, 31)모씨는 "실내온도 규제는 의미가 없다"면서 "오후가 되면 실내 조명등으로 인한 열기 때문에 30도까지 올라가서 에어컨 풀가동을 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호객을 위해 365일 매장 출입문을 열어놓는 관행과 영업 외 시간에도 간판 불을 켜놓는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매장 내 냉난방 문제뿐만 아니라 음향과 조명 규제 대책도 시급해 보였다. 귀가 울릴 만큼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소형 의류매장이 있는가 하면, SPA브랜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은 개점1시간 30분 전부터 매장 내 조명을 모두 켜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업을 하는 줄로 착각한 쇼핑객들이 헛걸음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한편 지난해 9월 일어났던 전력대란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일 전력 수급 대책 회의를 여는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대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정책과 서기관은 "여름철 매장 적정 실내온도로 26도를 권고하고 있다"며 "지난해 겨울처럼 로드숍들을 상대로 실제 단속을 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전력수급 불안을 경험한 만큼 실내온도를 대폭 낮추면서 영업하는 건 이기적인 행태"라며 "최근 업체 대표들과의 만남을 통해 냉방 과소비 행태를 근절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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