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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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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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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째 월급 못 받았구요. 집 안에 있는 모든 세간 팔아서라도 김재철 나갈 때까지 저희 파업하겠습니다.” 지난 4월 7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언론사 파업기금 마련 플리마켓 - 바통’(이하 ‘바통’)에서 김민식 MBC 노조 부위원장이 외친 말이다. MBC, KBS와 국민일보 노조가 참여한 이 행사는 시민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고 물품 판매를 통해 파업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KBS <뮤직뱅크> 출연 가수들이 직접 싸인 한 CD와 MBC <무한도전> 피규어 세트 등을 비롯해 각 언론사 조합원들이 기증한 각종 물품들이 판매되었다. KBS 새노조에서 만든 스페셜 솜사탕과 MBC 아나운서들이 직접 뽑은 커피도 판매되었다. 시민들과 포토타임을 가진 오상진 MBC 아나운서를 비롯해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직접 나와 물건을 팔고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물품을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이들이 판매한 수익의 50% 이상이 파업 기금에 기부되었다. 이 날 현장은 포근할 봄 날씨에 어울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애써 힘내서 소리치고 밝게 웃는 얼굴 뒤에는 이런 자리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 비통한 현실이 있다.

플리마켓, 한우 공동구매 등 자금 마련을 위한 자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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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일, 72일, 36일, 27일. 현재 파업을 진행 중인 언론사 파업 일수다. 국민일보가 오늘로 110일차를 맞았고 그 뒤를 MBC, KBS, 연합 뉴스가 잇고 있다. 주요 언론이 한꺼번에 파업 중인 현 사태는 역사상 흔치 않은 일이다. 파업의 목적은 각 언론사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유하고 있는 한 가지가 ‘편집권 독립’이다. 낙하산 인사 혹은 불법 세습으로 사장 자리를 차지한 이들로 인해 공정, 사실 보도와 권력과 자본 감시라는 언론의 기본 목적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각 언론사 노조원들이 파업을 선택했다. 이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월급을 받지 못 하고 있다.
현재 언론 노조 파업은 각 사측의 무성의하고 몰상식한 대응으로 인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이에 투쟁기금 마련은 물론 노조원의 생계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발생하고 있다. 각 언론사들은 ‘바통’과 같은 연대 행사 뿐 아니라 조합원 모금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업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파업을 하고 있는 국민일보 노조의 경우 최근 기금 마련을 위해 횡성한우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횡성 군수가 인증한 1등급 한우를 중간유통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한미 FTA 발효로 위기를 맞은 축산 농가를 돕는 공정 거래의 일환이기도 하다. 국민일보 노조는 ‘바통’에서 한우 시식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600명 대상의 1차 공동구매가 성황리에 종료되었고 9일부터 2차 공동구매가 시작되었다. 국민일보 사측이 조민제 사장을 회장에 임명하는 편법을 강행하고 노조원에 대한 고소 고발을 진행하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무이자 대출과 긴급 생계비 등 조합원 생계 대책 지원에도 쓰인다.

“생계비는 답이 안 나오고 각자 겪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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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개별 노조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황세원 국민일보 기자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개별적으로 “과외나 논술 첨삭, 직장인 대상 독서 토론, 포토샵이나 그래픽 관련 아르바이트”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MBC와 KBS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KBS 새노조의 경우 2년 밖에 안 된 터라 신분안정기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있고 투쟁기금 역시 “시민들의 성금과 조합원 각출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MBC 노조 집행부인 한재희 라디오 PD는 “파업이 길어지고 있어 대책을 고민해야 할 단계다. 성금을 보내주시고 있지만 모금도 구체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생계비는 답이 안 나오고 각자 겪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YTN의 경우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희망펀드’를 운영해 2008년 공정 보도를 요구하다 해직된 6명의 장기 해직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임장혁 YTN PD는 YTN이 주말을 중심으로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라고 말했다. 파업 참가자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는 동안 사측은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KBS본부 파업 특보에 따르면 KBS 사측이 파업 불참자들에게 파업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일부 국에서는 격려금이라며 회식비까지 지급됐다고 한다. “니들이 돈 없으면 파업 끝내고 들어올 거 아니냐”는 국민일보 사측의 말 역시 모욕적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계를 담보로 한 파업은 참가자들에게 필연적으로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KBS <뉴스 9>와 MBC <무한도전>, YTN <돌발영상>과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업에 참가한 이들은 공정 보도를 수호해야 할 언론인인 동시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노동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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