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타이타닉 3D'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1998년 봄, 한국은 끔찍한 IMF의 한가운데 있었다. 기업들은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던 시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이 개봉했다. 무려 2억 달러 제작비가 투입된 '타이타닉 Titanic'이 그 영화다. 신(新) 국채보상운동까지 벌어지는 판국에 '쓰레기' 할리우드 영화에 소중한 외화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헛수고였다. 불매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타이타닉'은 당시 최고 기록인 전국 3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한 후 제임스 카메론이 '방방' 뛰며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아카데미 역사 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타이타닉'이 돌아온다. '아바타 Avatar'로 세계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썼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3차원영상(이하 3D) 리마스터링 버전 '타이타닉'(4월 5일 개봉)을 내놓는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실제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지 100주년 되는 해. '아바타'의 거대한 성공에 고무된 제임스 카메론은 300명이 넘는 전문가들과 함께 200억 원의 제작비와 5년의 제작 기간을 들여 불멸의 클래식을 무덤에서 꺼냈다.

사실, 3D 영화는 넘쳐난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물론, 한국 액션 영화들과 '옥보단' 류의 중국 에로 영화도 3D 버전으로 극장에 나오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다. 이유는 하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타닉'은 다르다. "3D 테크놀로지의 최대 활용이 관객들을 영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카메론의 말은 절대 허풍이 아니다. '타이타닉'은 3D로 촬영한 듯 근사하고 실감나는 3D 변환 효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관객들을 거대한 재난 서사시와 사랑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다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겠다. 19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타닉' 속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의 사랑 이야기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의 가슴을 친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다 알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이미 텔레비전이나 DVD 혹은 화질 '짱짱'한 블루레이 디스크로 '타이타닉'을 접했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목적으로 이 세상에 탄생한 매체다. 1998년 당시 불매운동 때문에 혹은 나이가 차지 않아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못 봤다면 이번이 기회다. '타이타닉'은 그 자체가 이미 영화의 역사다.

태상준 기자 birdc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