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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싸나이'...'진짜 '배우' - '가비'의 주진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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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싸나이'...'진짜 '배우' - '가비'의 주진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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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배우 주진모(39)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는 '싸나이'다. 최근 그의 영화에서의 행보를 보면 이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첫사랑 '미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인호('사랑')와 뚱보 '한나'를 절세 성형 미인으로 변화시키는 계기의 '훈남' 한상준('미녀는 괴로워')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의 심장에 총을 겨눠야 하는 운명의 혁('무적자') 등 주진모는 언제나 '마초' 느낌 다분한 남자의 향기로 일관했다. 심지어 주진모가 '꽃미남' 호위무사 '홍'(조인성 분)과 사랑에 빠지는 고려 왕으로 분한 '쌍화점'에서도 그의 이런 이미지는 여전했다.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에서 주진모의 '일리치'는 과거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의 종합판(綜合板)과도 같은 인물이다. 일리치는 1896년 아관파천 시기의 조선을 무대로 고종을 암살하기 위해 조선에 잠입한 이중 스파이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상대방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냉혹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냉혹함 뒤엔 지고 지순한 사랑이 숨겨져 있다. 일리치의 유일한 목표는 자신의 첫사랑인 타냐(김소연 분)다. 단 1초라도 환하게 미소짓는 타냐의 행복한 순간을 위해서 일리치는 못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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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센 역이에요. 주진모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인물이 있잖아요.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극 중에서 항상 죽는 '비극'의 순정파 남자. 그런 캐릭터를 고집했던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이 이미지로 굳어져 가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이왕 보여줄 거라면 제대로 한방 '빵' 터트려 보자. 이미지 변신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웃음)"

그의 말대로다. 극 중 일리치는 남성적 카리스마와 여자를 향한 절대적 사랑을 온 몸으로 '풀풀' 풍겨댄다. 선과 악의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일리치는 '가비' 속에서 유일한 입체적인 성격의 캐릭터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일리치는 이런 인물이 아니었다. 일리치는 러시아 촬영 분량에서만 등장하는, 타냐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감시자' 혹은 '조종자' 정도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자금 문제로 당초 계획됐던 해외 로케이션이 불가능해지자 장윤현 감독('접속' '텔미썸딩')은 일리치를 극의 한가운데로 끌어왔다. 주진모에게서 '남자'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타냐를 사이에 두고 고종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폭주기관차'처럼 한 여자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캐릭터인 일리치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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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한 여자를 위해 남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건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타냐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나는 정말로 타냐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 촬영하는 시간 동안에는 나는 주진모가 아닌, 일리치라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어요. 다행히도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제 연기에 대해 아주 '욕'은 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아주 성공적인 결과입니다.(웃음)"
주진모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청춘 로맨스 '댄스 댄스'(1999)로 연기자로 데뷔한 1999년 주진모는 영화 '해피엔드'와 노희경 작가의 TV 드라마 '슬픈 유혹'으로 단번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 이듬해엔 김기덕 감독의 실험 영화 '실제상황'에도 출연했다. 인기와 돈 뿐 아니라 많은 상도 그에게 밀어닥쳤다. 득(得)보다는 실(失)이었다.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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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론 꽤 잘 했다고 여겼던 '무사'(2001)에서의 제 연기를 보고 한 선배님이 이런 말을 하셨더라고요. 주진모는 배우로서 내공이나 자격을 전혀 갖추지 않은, 얼굴 하나만 디밀고 연기하는 '무자격'이라고요. 충격이었죠. 그 때는 그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한참 후에 '무사'를 케이블 TV에서 우연히 보고 부족한 점들을 속속 깨달았어요. 철들었죠.(웃음)"

그런 것 같다. 배우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주진모는 확실히 자라났다. 적어도 주진모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더 이상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 '가비'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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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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