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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산책]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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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무릇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이웃과 친구가 있다'는 뜻의 논어(論語) 구절이다.

정치의 계절이 닥치며 정치인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구절을 애용하는 것 같다. 그리 정치적이지 않은 장삼이사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인 동물이며 지혜로운 동물, 호모사피엔스가 홀로 외로워서는 삶의 활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어울리며 살아가겠다는 뜻을 애써 공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력 정치인들, 즉 권력자들 곁에는 항상 사람이 따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갈량으로 대표되는 현자들이 한 축을 이루고, 십상시처럼 평소엔 아부하다 결정적 순간에 배신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무리가 다른 축을 형성한다. 그러데 문제는 두 부류가 모두 평소엔 이웃이나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소설책에서 보여주듯 흑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될 참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맡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는 자신의 뜻을 키우고 국민의 편안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인재들을 등용한다. 그러고 보면 아쉽게도 현대 역사는 슬픈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다.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신뢰한다던 보좌진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됐으며, 자신마저도 영어에 갇혀 살게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아는 사람, 또 그 아는 사람이 아끼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가진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적임이 아닌 데도 아는 인물이란 점 때문에 일을 맡겼다가 실패로 끝나면, 리더 자신은 물론 그 아는 사람마저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계맺음이 기존의 정서를 허물어뜨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돌다리 두들겨 넘듯' 재삼재사 됨됨이를 따지면 될 일이다.

장황한 듯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의 계절이어서다. 선택을 통해 권력자들이 탄생할 예정이다. 최고 권력자 아래에 위치할 준권력자들이, 또 그 밑의 권력자들을 선택할 것이다. 줄줄이 들어설 그 권력자들은 기존의 판을 깨게 돼있다.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 속에서 국민의 삶, 국가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고부터 서브 권력자까지 진정성과 도덕성을 갖춘다면 명분을 살리고 목적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
권력자일수록, 권력자를 희망할수록 그냥 '아는', '친한', '가까운' 사람이라고 중용해서는 말년이 고달프게 돼 있다. 논어의 이 한 구절, '덕불고 필유린'을 애용한다면 표를 얻는 데서만 활용하지 말고 권력자로 등극한 이후에도 필히 써먹어야 할 터다.

최근 한 공기업 사장이 서브 권력자를 선택할 때 중요한 3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서브 권력자는 권력자의 철학을 실천해가는 핵심적 역할이어서 권력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진다면서 꺼낸 얘기다.

우선은 전문가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일을 믿고 맡기려면, 의사결정을 적절하게 하도록 반드시 전문가를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깨끗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혼자만 깨끗해선 안된다는 조건도 달았다. 조직 전체를 깨끗하게 끌고 갈 능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0원도 받지 않은 최고권력자 밑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신과 배짱을 주문했다. 최고 권력자에게 민원을 빙자한 청탁인지를 가려낼 수 있도록 소신있는 충언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의 계절, 참모나 서브 권력자들의 역할은 그들만이 아닌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도, 고달프게도 할 수 있기에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얘기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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