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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조작' 논란, 사건 재구성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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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을 꺾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여론조사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은 4ㆍ11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야권연대 경선 전반에 대한 조작 가능성과 신뢰를 잃은 경선에 대한 불복 선언 등 파열음이 연이어 터져 이번 사건은 4ㆍ11 총선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진걸까?

사건의 발단은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된 17일 오전이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 합의에 의해 지난 17~18일(토ㆍ일) 양일간 전국 69개 지역구에서 집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 경선을 실시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맞붙어 경선이 벌어진 관악을도 그 중 하나였다. 두 개 여론조사회사가 각각 600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각 회사는 관악을 유권자의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라 19~39세 276명, 40~59세 215명, 60세 이상 109명씩 할당했다. 여론조사는 1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18일 오후 10시에 끝났다.
문제는 실시된 여론조사가 조작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시된 여론조사 방식은 두 가지로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RDD(임의 전화 걸기) 방식과, 사전에 녹음된 질문에 응답자가 버튼을 눌러 대답하는 ARS(전화 자동응답) 방식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ARS 방식이었다.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RDD 방식에서는 나이를 속이기 어렵지만, 전화 버튼을 응답자가 직접 눌러 응답하는 ARS에서는 얼마든지 나이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작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 발생한 것은 17일 오전 11시 전후다. 이정희 대표의 보좌관 조모씨는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 50분 만인 17일 오전 10시 49분에 관악을 당원 105명에게 "ARS 60대는 끝났습니다. 전화 오면 50대로"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주말 오전에 집에서 전화를 받는 주 연령대가 고령층이기 때문에 연령대 할당량이 고령층부터 채워진다고 보고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선거 캠프의 박모 국장도 11시 36분 142명의 당원에게 "ARS 40~50대 대상자는 종료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ARS 받으시는 분들은 20대로 답하셔야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 나이를 속여 답할 것을 지시했다. 여론조사가 조작됐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대목이다. 이렇게 조씨는 13회, 박씨는 9회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 캠프 측에서 어떻게 시간대별로 연령 조사상황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여론조사 당시 고연령대부터 할당 몫이 채워졌다는 안내가 나왔기 때문에 그걸 듣고 당원들에게 알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과정에서 누군가 이 대표 캠프에 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8일 여론조사 경선 결과 서울 관악을의 야권단일후보는 이 대표의 승리로 발표됐다. 이 대표는 기쁨을 만끽했지만 김 의원 측은 경선과정에 문제제기를 하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살펴보면 RDD 조사는 김 의원이 50%, 이 대표가 49%로 우위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이 이뤄진 ARS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42%, 이 대표가 57%를 얻어 이 대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특히 RDD 조사에서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23% 지지를 얻은 이 대표가 ARS 조사에서는 34%를 얻어 11%가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RDD 조사에서 40~59세에서도 이 대표는 48%를 얻었지만 ARS 조사에서는 57%를 얻어 9%라는 상승치를 보였다. 경선 결과를 보면 연령대를 조작한 ARS 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이 대표가 승리한 것이다.

20일 이같은 사실이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불거지자 이정희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와 함께 경선을 무효로 하고 재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희철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이정희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김희철 의원은 21일에도 "이 대표 측의 여론조사 조작은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서울 노원과 은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이 대표가 제안한 재경선을 거부하면서 당에서 요청해도 재경선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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