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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학교 폭력 부른다?..그 근거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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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김수진 기자]정부가 게임을 학교 폭력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게임과 학교 폭력이 정말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 나오고 있다. 둘 사이의 상관 관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고 규제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종민)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소년과 게임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최태영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학교 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연구와 없다는 연구가 반반씩 섞여 있는 실정"이라면서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게임만을 주목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승호 연세대 교육대학원 특임 교수는 또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게임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단정 짓고 물리적인 통제를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게임 한 가지만을 보기 보다는 교육이나 나이, 법교육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최 교수 등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앙대 병원에서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맡고 있는 한덕현 교수는 "게임 중독 환자들을 직접 만나보면서 느낀 건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 또는 긍정적인 측면 중 한 가지만을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에 대한 연구에서는 물론이고 게임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아울러 보는 통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선 이 외에 게임 산업이 만화 산업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만화 산업은 1990년 대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 당한 뒤 점차 무너져 내렸다.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최근 정부가 학교 폭력 대책을 발표한 것처럼 1997년에도 대규모 학교 폭력 방지 대책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꼽힌 게 만화였다"면서 "만화 산업이 당시 유해매체로 분류되면서 붕괴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또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박형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또 "1997년 학교 폭력 예방 대책 발표 뒤 2004년 관련 법 개정, 2005년 학교 폭력 예방 5개년 계획 발표, 2010년 2차 5개년 계획 발표 등이 이어졌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면서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가 진짜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고민하는 대신 게임 산업에 잘못을 전가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게임 중독 관련 대책으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 강화 등이 있었다.

유형우 청소년폭력예방 재단 소장은 "게임은 청소년 문화의 상징인데 제도적 규제만으로 이 게임 중독을 해결하려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제도적인 규제보다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게임 사용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은 이어 "재단에서 1000개 학교 10만 명 학생을 교육해본 결과 확실히 예방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인식 변화를 보였다"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게임을 가려내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교육하는 게 제일 바람직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학교 폭력 문제와 게임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지금이 바로 게임 산업이 시험대에 서있는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게임 산업 육성과 청소년 보호, 이들 측면 모두를 균형 있게 고려해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전했다.



성정은 기자 jeun@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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