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종종 '학살'로 표현될 정도로 무수한 잡음을 보여왔던 당내 공천작업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국민의 눈에서 국민의 바람에 맞춰 정략적, 계파적 고려가 없이 하겠다고 했다. 주관이 개입되지 않고 객관화된 정략적 지표를 바탕으로 총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는 역(逆)선택의 부작용이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지지자들이 본선 경쟁력이 낮은 후보에 몰표를 줄 수 있다. 야당 지지자를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당의 강세지역과 전략적으로 필요한 곳에는 위로부터의 전략공천이 적용된다. 245개 지역구 중 20%인 49곳이 대상으로 분류됐다. 수도권에서는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와 강동갑, 양천갑, 성남 분당 등이 10여 곳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ㆍ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의 68개 선거구 등에서도 전략공천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는 현재 비례대표에는 당 강세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4월 총선의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전략적인 영입(75%) 외에도 국민배심원단을 구성해 비례대표의 25%를 선출키로 했다. 국민배심원단은 전문가 50인과 국민ㆍ당원 공모 50인 등 100인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기준과 틀에 따라 시스템 공천이 이뤄진다면 그게 정치쇄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에 그런 공천을 꼭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공천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 틀과 기준에 대해 우리가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투명한 공천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을 바라보는 공천이 물갈이 대상 현역의원이나 공천배제 기준에 들어갈 후보들로서는 마뜩찮은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수도 있고 야권에서 후보를 연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나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인 보수표가 분산될 수도 있다. 박 비대위원장으로서는 공천기준마련과 공천심사에서 잡음은 물론이고 공천 이후에 벌어질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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