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펜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37세 중국인 무역 컨설턴트 위량씨는 최근 톈진시에 소재한 파커 매장에 들렸다가 6번째 펜을 구입하는데 3688위안(약 65만원)을 소비했다. 몇 년 전 부터 펜 모으기를 시작했다는 위량씨는 "핸드백 또는 보석류를 모으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나는 펜을 수집한다"고 말했다.
비싸고 화려한 펜이 중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기업 경영진들 사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에 밀려 유행에서 멀어진 펜이 과시욕이 풍부한 중국 전문직 종사자들에 의해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만년필 제조회사인 파커(Parker)의 중국 디자인팀은 펜으로 한자를 쓸 때 글자가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잉크 색을 진하게 하고 펜 머리에 '복(福)'자를 새겨 넣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파커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트렌드를 감안해 1자루에 3만9888위안(약 700만원) 하는 '금용(金龍)' 펜 같은 한정판 모델들도 진열대에 올려놨다.
파커의 이러한 맞춤 전략은 중국을 파커의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시장으로 만들어 놨을 뿐 아니라 파커 제품의 매출 증가율이 최근 3년간 30~50%에 이르게 하는 성공 열쇠가 됐다.
파커는 모회사 뉴웰 러버메이드에게 가장 돈을 잘 벌어다 주는 수익성 높은 효자 브랜드다. 러버메이드 지난해 영업이익의 40%, 매출액의 30%가 파커 브랜드를 포함한 필기도구 관련 사업부에서 나왔다.
뉴웰 러버메이드측은 구체적으로 파커의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펜 판매가 회사 전체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비싼 펜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해 100만위안 이상의 소득을 가진 고소득층들이 지난해 20%나 늘어났을 정도로 부자 수가 급증하고, 펜이 자동차 처럼 중산층 사이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대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싼 중국의 시대는 끝났다(End of Cheap China)'의 저자이자 차이나 마켓 리서치 그룹의 이사인 샤운레인은 "펜은 악세사리 용도로 유용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상 선물을 주고 받기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40세 직장인 자오린씨는 백화점에서 직장동료에게 선물을 줄 용도로 각각 1518위안, 528위안짜리 펜 2자루를 구매했다. 그는 "인사팀에 있는 동료가 사람들에게 사인을 받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 그 때마다 아무 펜이나 꺼내 들 수 없을 것 같아서 선물용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비싼 펜을 팔고 있는 회사는 파커 뿐이 아니다. 몽블랑 브랜드를 소유한 리슈몽(Cie. Financiere Richemont) 그룹은 펜을 포함한 사무용품들을 판매하기 위한 독립 매장을 중국에 오픈했다. 몽블랑 중국 매장에서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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