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EMBA, 토론식 수업 뜨거운 현장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지 않는 기업은 10년 후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의중인 황이석 교수

학생들에게 강의중인 황이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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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선한 학자의 인상을 풍기는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강의 말미에 학생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대 LG경영관에서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된 서울대 EMBA(Executive MBA)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 평가' 강의에서다. 강의에 참여한 30대~50대 학생들은 평균 13.5년 가량 실무경험이 있는 회사의 임원들로 학생들은 강의시간에 나온 용어 및 개념 하나하나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졌다. 강의 내용 가운데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는 거침없이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날 수업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의 폭이 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원인과 기업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 기업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시장 위험성인 베이터(Beta) 하나로 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장기적 성장역량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Size)를 갖추는 것과 성장성을 포착하는 것(Growth opportunities)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성장성 포착과 관련해 한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중국이 자원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먼저 자원 확보 전쟁에 나서지 못한 국내 철강회사는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해 본 사업, 해외 사업일수록 위험성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목표수익률도 덩달아 올라간다"며 "기업 이사회에서는 목표 수익률이 높을 경우, 웬만한 사업은 포기하고 전략적 투자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해당 회사 이사회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황 교수는 그러나 "아무리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잘 갖췄다고 해도 재료가 없으면 그 기업은 10년 안에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의가 이 대목에 이르자 중년의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이사회로서는 큰 비용이 들고 위험성도 높은 사업에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황 교수는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안정성만 따져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수익과 큰 기업으로의 발전은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몇 번의 질문과 답변을 더 나눈 뒤 "해결책은 여러분에게 달렸다. 여러분과 같은 경영진들이 콘센서스(consensus,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EMBA 과정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마지막 학기를 맞은 서일범 하나은행 법인영업부장은 "황 교수로부터 처음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관해 철학적인 배경을 들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며 "그냥 외우는 것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공식적인 기업 행사 외에는 단 한 번도 결석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이곳 강의는 실제 업무나 사회생활에 모두 연관이 되는 부분이 많아 강의를 듣는 것이 마치 짧은 수필을 읽다가 장편 '삼국지'를 읽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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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정을 듣는 정경원 시만텍코리아 대표이사도 "나만의 경험을 기반으로 경영을 하면 잘못될 위험성이 크다"며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면서 훨씬 넓은 경험과 정보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EMBA는 2년 4학기 과정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 수업이 진행된다. 모집정원 120명으로 2009년 처음 신입생을 모집해 2011년 현재 2기와 3기 약 2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해마다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며 2년간 45학점을 이수해야 경영전문석사(MBA)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입학금은 별도로 없으며 한 학기 등록금은 1500만원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개인지원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대 EMBA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만들어진 교육과정으로 지원자의 재직회사가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원사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EMBA 프로그램 교육비의 50%를 회사가 지원하게 돼 실제적으로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750만원이다. 지원자격은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실무경력이 7년 이상 돼야 하며 공인영어성적 제출은 필수사항이다. 9월말에서 10월말 사이에 인터넷으로 입학지원서를 접수하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gsb.snu.ac.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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