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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글'은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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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인류에게 두 개의 복음이 전해졌다. 하나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술이다. 귀족집안 출신으로 금은세공사인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함으로써 책의 대량공급이 가능해졌다. 물론 금속활자는 13세기 고려시대에서 시작돼 조선조에 이르러서 더욱 심화, 발전된 것이기는 하다. 일단 구텐베르크의 활자술이 등장함에 따라 인류의 정보전달 및 지식 축적 능력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활자술은 종교혁명, 자본주의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활자술의 등장은 오늘날 인터넷혁명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된다. 또 하나의 복음은 '한글' 창제다. 그러나 그 복음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한글은 조선의 위대한 CEO인 세종에 의해 고안된 문자다. 세종은 신생조선의 백성과 경영자 간의 거대한 소통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당시 조선은 모든 백성이 지식과 정보, 교육, 과학, 문화 축적을 도모하고 독점적 지배세력 외의 새로운 커뮤니티 구축이 절실했다. 바로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 아키텍처의 구축이 시대 정신이었던 셈이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아 고안된 한글은 비록 문자가 간단하지만 그 전환이 무궁무진하다. 신개념 디지털화된 문자 특성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세종 시대의 경제적 생산성이 크게 늘어나 기존 언어방식으로 그 생산성을 축적, 관리하기가 불가능했다. 세종시대엔 국토와 인구, 각종 과학문명, 경제 환경이 크게 확장되고 초일류 과학기술입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15세기 인류가 창안한 과학기술은 총 50여건. 그중 중국 20건, 세종의 조선 20건, 일본ㆍ유럽이 나머지 10건을 창안했다. 중국이 1세기 동안 이룩한 업적을 세종은 당대에 이룩했으니 당시 조선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선진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자로는 선진기술과 여기서 파생하는 거대한 생산성을 관리, 축적할 수 없었다. 부국의 꿈을 위해서 새로운 문자는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한글이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활자술과는 달리 한글은 5세기 동안 어둠에 갇혀 있었다. 기득권은 한글을 철저히 봉쇄하고, 짓밟고, 수모를 가하고 업신여겼다. 한문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실제로 세종은 수년 이상 한글창제 TF팀을 비밀리에 운영했으며 프로젝트 완성 이후에도 2년이라는 시간을 더 허비해야 했다. 한글이라는 오픈 아키텍처가 지배세력의 억압에서 실제로 우리에게 건네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글은 구텐베르크의 활자술만큼이나 지배계급을 공포로 몰아넣은 대선언이자 혁명였다. 아마도 한글이 창제 당시부터 상용화되고 제대로 쓰여졌다면 인류문명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에 구텐베르크의 활자술과 한글이 결합했다면 인류는 보다 빠른 진보ㆍ진화를 체험했을 수도 있다. 21세기 최고의 지성인 촘스키는 "한글은 꿈의 환상적인 언어"라고 일컬었다. 고은 선생은 "한글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다. 한글의 보급으로 노동력의 고급화, 문화ㆍ재부 축적이 비약적으로 가능해졌다. 인류 역사상 30여년 만에 문맹을 퇴치한 족속은 우리말고는 없다. 다섯 살 아이가 며칠 만에 익힐 수 있는 문자는 인류에게 한글이 유일하다.

한글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육성도 가능했다. 영어나 한자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화해갈 것이고, 더 높게 문화와 지식을 축적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류에게 한글만큼 소리와 감정을 완벽히 구현할 만한 언어는 없다. 우리만큼 완벽한 문자해독과 정보전달력을 지닌 나라도 단연코 없다. 그게 한글의 혁명적 속성이다. 곧 한글날이다. 같이 축복을 즐기고 싶다.




이규성 건설부동산 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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