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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전셋값..10년전 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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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실탄도 없고, 의욕도 없고"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서울ㆍ수도권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거세게 밀어올렸던 지난 2001~2002년 상황의 재연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즘 전세시장을 들여다보면 지난 2001년의 전셋값 폭등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2001년 한해 동안 서울지역 전셋값은 20%,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는 25%, 경기ㆍ인천은 지역은 21% 올랐다.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1998~~1999년 사이 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고, 이는 3년 뒤인 2001년에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금리도 낮아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린 데다 독신 및 신혼부부 수요 증가로 소형 주택 물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족하게 됐다.
반면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01년 당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0%에 달했다. 요즘 상황과 거의 비슷했던 것이다.

전셋값이 뛰자 아예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또 전세를 끼고 집 장만에 나서려는 투자 수요도 적지 않았다. 전셋값 상승에 입주 물량 부족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집값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매매ㆍ전세가 동반 상승세를 불러왔던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0~2002년 전국 전셋값은 매년 10.1~16.4% 씩 오른 끝에 2002년 집값을 12년만에 최고인 16.4%까지 끌어올렸다. 아파트값은 무려 22.8%(서울 30.8%) 뛰었다. 집값이 오르자 사라졌던 '복부인'이 '떴다방'으로 모습을 바꿔 등장했고,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담긴 청약통장은 '복권통장'으로 전락했다.

더 이전인 1988년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서울 등 주요도시의 전셋값은 전년대비 22.3%가 폭등했다. 한달동안 전국 37개 도시의 전셋값이 4.8%나 뛴 달도 있었다. 1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3배 가까이 전셋값이 폭등한 것이다. 전세 대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며 전세-매맷값 동반상승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17.7%가 올랐다.
다만, 10년 전과 지금은 두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나는 주택가격 사이클, 다른 하나는 10년 전보다 크게 오른 집값 수준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10년 전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집값이 지난 2006~2007년 상승 이후 대세가 꺾였다는 것"이라며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사이클을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집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매입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도 1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김규정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IMF 이후 전세-매매 전환사례는 현재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매매 자금 대비 전세가격 비중(전세율)이 만약 10년 전과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추가 매입자금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전세금에 추가 매입 자금을 더해 집을 사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만큼의 자금 여력을 갖추기 힘들 만큼 집값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01년에 비해 85% 올랐지만 매매값은 무려 150% 뛰었다. 2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김 본부장은 "물론 전셋값이 너무 올라 집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는 있지만 집 마련에 들어갈 비용이 너무 많아 실제로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주택 보급률이 110%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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