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도시가 폭우 부추긴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지난 달 서울 강남 일대를 강타해 침수와 산사태 피해를 몰고 왔던 기록적인 폭우는 뜨거운 열기가 도로와 건물 등을 달구는 '열섬현상'으로 인한 도심 기온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을 뒤덮고 있는 아스팔트 등 도로피복이 뿜어내는 열이 폭우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도심의 열 환경을 면밀히 관측해 도시설계 과정에 반영해야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립기상연구소(소장 권원태ㆍ이하 기상연구소)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부터 1917년까지 10년 동안 10.6도였던 이 지역 연 평균 기온은 1998~2007년 사이 평균 13.0도로 2.4도 상승했다. 같은 시기 서울의 평균 강수량은 1156.1mm에서 1580.7mm로 424.6mm나 증가했다. 서울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 도심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강수 패턴 역시 바뀌고 있다는 게 기상연구소의 설명이다.
도심기후가 이렇게 꾸준히 상승하는 이유는 도심의 도로가 입고 있는 '옷'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목이나 논, 잔디밭 등의 초지에서는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수시로 만들어지지만 아스팔트 등 인공재료로 포장된 지역에서는 차고 신선한 공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 온도가 계속 오르고, 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대기의 흐름과 맞물려 국지적으로 예상치 못한 강한 비가 쏟아지게 만든다는 얘기다.
지난 번 폭우 때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를 비롯해 중구ㆍ송파구 등 도심의 '찬 공기 생성 능력'이 관악산ㆍ북한산 인근의 5분의1~6분의1 수준에 그친다는 기상연구소의 설명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9일 관악구 남현동에 1시간 동안 113.0mm의 비가 내린 반면 노원구 공릉동에는 고작 3.5mm 밖에 안 내리는 등 구 단위 혹은 동 단위로 강수량 편차가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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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권원태 기상연구소장은 "서울지역의 환경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후분석 소프트웨어인 CAS(Climate Analysis Seoul)의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했고, 이르면 내년쯤 현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CAS는 열섬현상에 따른 기후변화 등 도심의 기후특성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상연구소는 2008년 6월 독일 베를린 공대와 공동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CAS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최영진 과장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수없이 얘기돼 왔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인 도시기후에 대한 연구는 그간 부재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 과장은 또 "도시는 열섬과 토지이용도의 변화로 열영향이 중요한데, 현재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열환경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CAS를 이용하면 미래의 기후변화 방향을 사전 평가해 건축물의 설계와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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