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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백제를 뒤덮은 <선덕여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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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3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드라마가 다른 작품의 서사구조를 차용해 오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익숙한 서사구조는 보는 이들에게 극의 기본 얼개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며 극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차용해 온 요소들을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재창조하지 못 하고 재탕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그건 문제다. <계백>의 두 중심축인 의자왕과 계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들에게 지지대가 되어줄 만한 세력이나 신분을 제거하고, 강력한 악역을 등장시켜 주인공들이 장차 극복해 나갈 고난을 예고하는 것 자체는 무난한 포석이다. 그러나 귀족정에 발목 잡힌 무력한 왕 무왕(최종환)과, 자신의 입맛대로 백제를 요리하는 여걸 사택비(오연수)에 대한 묘사는 과거 <선덕여왕>이 진평왕과 미실을 그렸던 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한다.

그래서 <계백>은 이 ‘어디서 본 듯한’ 구도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인물들을 조망할 때 비로소 흥미로워진다. 본심을 숨기고 바보인 척 하는 어린 의자왕(노영학)이나, 연모하는 여인에게 뺨을 맞은 충격으로 대취하는 사춘기 소년 계백(이현우)과 같은 해석이 아주 새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뻔한 영웅서사에서 한 발 빗겨서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아역들의 호연에 힘입은 주인공들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는 계백의 아버지 무진(차인표)이다. 아내를 잃고 난 뒤 그 슬픔으로 술독에 빠져 살 정도의 지독한 로맨티스트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로,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이 내게 가장 긴 봄날이었습니다. 이제 당신 없는 내 삶은 끝도 없는 눈밭일 것입니다” 같은 대사는 듣는 것만으로 귀가 시리다. 지금 <계백>이 당면한 숙제는 이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과 캐릭터를 더 탄탄하게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무왕과 사택비도 진평과 미실의 그림자를 벗고 고유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아직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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