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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카드 돌려막기로 겨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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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없어 카드만이 기댈언덕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할 것 같다. 미국의 신용카드 거래 처리업체인 퍼스트 데이터(Fisrt Data)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은 점점 나날의 음식과 연료를 사는데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필품의 지불에 있어서 점점 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의 생활고가 말이 아님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급증하는 미국 사회=이 업체에 따르면 6월의 신용카드 거래 액수는 10.7% 증가했으며, 거래 건수는 6.8% 증가했다. 실비오 타바레스 부사장은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 소비자들은 연료와 음식을 구입하는데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 이는 임금 인상이 음식과 가솔린 가격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때문으로, 현금흐름(cash-flow)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가솔린을 카드로 지불하는 액수는 작년에 비해 39% 증가했으며, 음식품은 작년에는 7%, 올해에는 5%가 상승했다. 정부 통계로는 물가가 고작 2% 남짓 오른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건 통계표상의 문제이고 실제 체감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고 미국인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른바 식탁물가인 식표품 가격은 지난 1년간 5%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우리의 ‘짜장면’ 물가에 해당하는 외식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의 외식 산업체인 염(YUM)이 밝힌 바로는 미국인들이 자주 가는 타코벨의 음식가격은 5% 올랐으며, 올해 전체로는 7% 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에는 시애틀에서 타코벨 매장에서 식사를 하던 40대 남성이 가격이 너무 오른데 격분, 총기를 휘두른 사건까지 발생했다.

◆실업급여 동나 카드 돌려막기만이 유일한 수단=물가는 오르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남은 것은 카드 뿐이다. 글루스킨세프 앤 어소시에트의 수석 경제학자인 데이빗 로젠버그는 소비자들이 크레딧 카드를 생필품을 사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99주짜리 실업보험 급여까지도 바닥난 소비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카드로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중인 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의 실업률은 한때 10%를 넘었다가 지금은 9.2%를 기록하고 있으며, 빈곤층으로서 정부의 생계보조를 받는 ‘Food Stamp' 인구는 4450만 명에 이른다. 이나마도 올해 말로 실업급여 기간이 끝나는 실직자수가 무려 370만명이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 월마트 매니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문자 그대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지난 7월의 고통지수(misery index)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담보대출금 생활자금으로 전용도=그나마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것은 주택 관련 은행 대출금(모기지)을 연체하여 생활비로 전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법 규정상으로는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은행이 주택 차압에 들어가지만, 차압 물량이 넘쳐 마이애미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 속도로 진행된다면 실제 퇴거가 이루어지기까지는 7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게다가 주택 모기지를 파생상품으로 쪼개서 거래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대출관련 서류를 엉망으로 정리하는 바람에 소유권 주장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어부지리로 공짜로 얹혀사는 가구도 속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차피 집값 하락으로 모기지를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붇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차라리 그 돈을 당장 먹고사는데 쓰자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개인의 전략적 부도(strategic default)라고 불리는 고의 연체 관련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전문 상담 변호사까지 생겨났다. 과거 같으면 ‘도덕적 해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상상도 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차피 은행도 국가도 빚지고 떼먹고 사는 처지에 국민이라고 특별히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네티즌 사이에 미국 정부의 은행 구제금융 지원직후에는 이른바 ‘max out'(크레딧 카드 한도까지 최대한 소비하는 것)하고 정부에 손벌리자는 농담이 줄을 이었다. 얼마전의 우스개의 대세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GDP 통계에서 미국인들의 개인소비액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모기지 대신 아이폰을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요즘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그 뒤에 따라 붙는다. “아이폰 뜯어먹고 살 수는 없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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