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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을 줄이는 인사 노하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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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의철 기자]
윤은기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을 만났더니, 공직을 망치는 10가지 유형을 말해준다. 느려터진 달팽이형, 남의 발목잡는 꽃게형, 높은 곳에서 관망만 하는 독수리형, 제 목(자리)만 지키려는 거북이형, 싸돌아 다니며 이권에 개입하는 하이에나형 등등....

정권 말에 특히 두드러져 보이는 유형은 '반달곰형'이라고 한다. 정권 초기엔 인정받기위해 열심히 뛰다가도, 정권이 막바지에 들어서면 잔뜩 몸을 사려 겨울잠에 들어가는 곰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윤 원장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그런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뜬금없이 공무원의 유형을 거론하는 것은 레임덕이 어떻니, 순장(殉葬)조가 어떻니 해도,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의 요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적재(適材,right people)를 뽑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적소(適所,right place)에 배치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에 삐걱거리기 시작한 게 인사문제 때문이었다.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로 민심이 확 돌아서 버렸다. 적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일반 국민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렇다면 좋은 인재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사람 보는 안목이야 제각각이겠지만, '겪어보는 것' 만한 게 없다.

어느 조직이든 다양한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나 객관화된(?) 척도보다 주관적인 잣대가 오히려 정확할 때가 많다. 유능한 헤드헌팅 업체들이 평판조회를 중요시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같이 일을 해 보거나, 겪어 본 사람의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다.
인사권자 역시 '데리고 일해 본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정실(情實)인사는 사실은 필요하다. 인사권자의 공정한 안목이 있을 때 정실인사는 그 어떤 인사 시스템보다 성공확률이 높다.

물론 세상엔 "일 잘하고, 인간성도 좋고, 기분 상하지 않게 상사에게 직언하고, 부하직원에게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업무능력은 탁월한데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인간성은 참 좋은데 업무능력은 영 아닌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일반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과천청사의 모 국장은 출입기자에게 "장관이 돋보이는 이유는 나같이 유능한 1급이 있기 때문"이라고 정색을 해 기자를 당황시켰다. 노무현 정부 초기 뉴욕총영사로 있던 모 인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미외교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직속상관인 외교부장관과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듣고 있던 사람들을 무안하게 하기도 했다. 엘리트 공무원 가운데는 뜻밖에 이렇게 교만한 자들이 많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병필패(驕兵必敗)라고 했지만, 고위직에 대한 인사는 이런 문제들까지 봐야 한다. 인사가 잘못되면 인사권자에게로 화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능력만을 믿고 교만한 이라든지, 윗사람의 권위에 편승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형 인사들은 우선적으로 배제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는 만사(萬事)지만 때로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세종대왕이 말하길 국왕이 인재를 쓰지 못하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不知)이요, 둘째는 인재를 절실하게 구하지 않기 때문(不切)이요, 셋째는 국왕과 인재의 뜻이 합치되지 못하는 경우(不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내정 인사가 발표됐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사정기관을 책임지는 자리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주무부처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 출신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이나 측근을 요직에 앉히는 것 자체는 시빗거리가 안된다고 본다.

다만 교만함으로 인해 인사권자에 누가 되거나, 정치적인 줄타기를 즐기는 사람을 뽑아선 곤란하다. 요는 '안목 있는 정실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이 정권 후반기 레임덕도 줄이고, 국정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체일 테니까.




이의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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