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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심서연-김나래 "승부조작? 여자축구는 아직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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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왼쪽)와 심서연

김나래(왼쪽)와 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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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인터뷰를 위해 수원으로 발길을 향했던 지난 주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나들이 인파가 쏟아져나왔다. 덕분에 고속도로는 지독하게도 막혔다. 지루한 정체 속에서도 마음에는 답답함보다 설렘이 앞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를 보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심서연(22)은 축구 외적인 이유로 먼저 유명세를 치른 경우다. 대학 시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예쁘장한 얼굴 덕분에 '얼짱 축구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외모뿐 아니라 실력도 출중하다. 이제 겨우 22살이지만 맏언니 홍경숙과 더불어 대표팀 중앙수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수원의 WK리그 우승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덕분에 WK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나래(21)는 지난해 U-20(20세 이하) 독일월드컵에서 대포알 같은 프리킥골을 작렬시키며 축구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남자선수 못지 않는 킥력에 팬들은 '나래날두'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지소연(고베아이낙), 문소리(서울시청)과 함께 한국을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국가대항전 3위로 이끈 뒤 곧바로 A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사상 첫 피스퀸컵 우승과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에도 김나래의 활약이 있었다.

둘은 여주대 시절 1년 선후배 관계다. 각급 청소년 대표팀부터 A대표팀에 이르기까지 늘 함께 뛰어오며 친자매 같은 사이. 특히 지난해 말 신인드래프트에서 김나래가 수원FMC에 지명되며 프로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됐다. 각별한 사이는 그라운드에서의 호흡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우승팀 수원은 주축 선수인 전가을과 조소현이 현대제철로 이적해 전력 공백이 컸음에도 이들의 활약 속에 WK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아 내내 쑥스러워하는 이들과 짧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 "남자친구로 축구 선수를 만나" "그럴까?"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대학 시절에도 함께 뛰었는데 프로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특히 포지션상 중앙수비수(심서연)와 수비형 미드필더(김나래)여서 직접적인 연관성도 있어 그만큼 서로 잘 맞을 것 같은데

김나래(이하 나래) 그렇다. 그라운드에서 서연 언니가 1대1 수비 상황을 맞으면 당연히 뺏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심서연(이하 서연) 아무래도 편한 건 있다. 모르던 선수가 온 것보다는 마음이 맞고…. 설사 플레이 도중 어긋나는 부분이 생겨도 친하기 때문에 편하게 얘기하며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 좋다.

스투 김나래의 경우 프로 첫 시즌인데 경험해보니 어떤가

나래 수원은 가장 오고 싶은 팀이었다. 작년에 수원이 우승했었는데 가을언니랑 소현 언니가 이적하면서 좀 부담스러워졌다. 개인적인 플레이 측면에서 본다면 대학교 때랑 많이 다르다. 한 대회를 일주일에 몰아서 하는데 프로는 리그다 보니 몸 관리도 잘해야 하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경기 내적으로도 더 빠르고 압박도 훨씬 강하다.

스투 처음에 김나래가 수원FMC에 오게 됐을 때 서로 기분이 어땠나

서연 작년 신인 드래프트 당일 우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뛰고 있었는데 당시 나래가 엄청 조마조마해 했다(웃음)

나래 마침 드래프트 일이 요르단전이었다. 오후 3시 경기였는데 몸 풀 때부터 긴장이 되더라. 휴대폰도 없어서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경기 끝나고 외식까지 해서 숙소에 늦게 돌아가게 됐다. 그때 버스에서 코치님이 수원에 뽑혔다고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스투 기분이 어땠나

나래 수원에 오고 싶어했는데 정말 오게 될지는 몰랐다(웃음) 서연 언니가 '너 진짜 수원 올 거 같아' '감독님이 너 뽑는다고 하셨어'라고 말해줬는데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막상 오게 되니 정말 기뻤고, 지금도 좋다. 리그에서 팀이 2위를 달리고 있어 만족스럽다.

스투 심서연은 '얼짱', 김나래는 '나래날두'란 별명이 있다. 가끔 이런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할 것 같다.

서연 예전 1박2일 출연 이후부터 포털 관련검색어나 수식어가 모두 '얼짱'이었다. 이후로 나보다 어린 선수 중 예쁜 애들이 많아져서 지금은 '원조'가 됐다(웃음)

스투 김나래가 계속 옆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인정 못 하겠다는 뜻인 건가.

나래 아니다. 아니다. 언니는 내가 봐도 예쁘다(웃음) '나래날두'란 별명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기분 좋은 부담감이다. 그런데 요새는 프리킥 연습 많이 못한다. 대학교 때는 정말 많이 했는데.

스투 여자축구 선수의 일상은 어떻게 되나. 아무래도 지금까지 여자 운동선수는 생활 면에서도 엄격한 규율을 강요받는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나래 우리도 보통 또래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산다. 밖에 서 보는 분들은 많이 막혀있는 줄 알고, 선수들이 꾸밀 줄도 못하는 줄 아는데, 우리 전부 화장도 하고, 꾸미고 한다. 하긴 화장하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긴 하더라(웃음)

서연 WK리그는 경기가 월요일이어서 주말 내내 훈련하고 평일에 쉬니까 친구들과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 그런데 평일에 쉬는 게 더 좋다. 차도 없고 사람도 별로 없고(웃음) 하루밖에 못 쉬기니까 휴일엔 거의 집에 간다.

나래 나도 휴일에는 집에 많이 간다. 선수들과도 가끔 어울리지만 매일 보는 사이니까…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일주일에 6일을 숙소에서 지내다 보니 가족과 만날 시간이 없어 가급적 집에 가려고 한다.

스투 젊은 선수들이니까 연애에도 관심이 있을 텐데 특별한 이상형이 있나. 외모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운동선수란 특수성도 작용을 할 텐데.

나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물어본다. 운동선수 여자친구면 아무래도 잘 만날 시간도 없지 않느냐고 걱정도 하고…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의외로 여자 축구 선수들 시간 많다(웃음).

서연 축구선수를 만나

나래 그것도 나쁘지 않죠. 그런데 빨리 생겨야 말이죠! 생기면 정말 잘 해줄 텐데(웃음)

스투 심서연 선수는 마치 축구선수 남자친구가 있는 듯이 말한다.

서연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절대 아니다(웃음)

김나래

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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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여자축구선수의 애환

스투 심서연 선수는 긴 생머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대부분 여자 선수가 짧은 헤어스타일이어서 특히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데, 특별히 머리를 기르는 이유가 있나

서연 어휴. 사실 나도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짧게도 잘라보고 싶은데 팬들 눈치가 보여서 못 하겠다. 검은 생머리 이미지가 너무 박혀버렸다. 만약 머리 모양 바꿨는데 안 어울리면 팬들 다 도망갈까 봐 고민 많이 한다(웃음).

스투 일선 지도자들은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잘 보살펴줘야 한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체감하는 부분도 있나

나래 글쎄. 남자가 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여자들은 생활면에서 안 좋으면 운동장에서 그게 다 티가 난다고 하더라.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스투 여자 축구로서 가장 큰 애환은 역시 결혼과 임신일 듯하다. 작년 피스퀸컵때도 그랬고 국제대회에서 보면 해외 선수들은 아이를 낳고도 선수 경력을 이어가고, 심지어 아이를 데려오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팀에서도 보모를 고용해 지원을 아끼지 않더라.

서연 우리 팀이 젊은 선수 위주다 보니 결혼한 선수는 아직 주변에 없다. 몇몇 다른 팀 언니들이 결혼한 경우도 있는데, 사실 운동을 위해서 결혼을 못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워낙 일반인과 문화 차이가 나다보니... 또 나이 많은 언니들을 보면 부상이 가장 크다. 아무래도 남자보다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나래 지금은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지만, 5년이나 7년 뒤에 빨리 결혼해서 빨리 아이 낳고 다시 선수로 뛰고 싶다. 결혼해 출산하고도 축구를 하고 싶은데, 그런 여건이 마련이 됐으면 좋겠다.

서연 지난번에 A대표팀 소집 때 최인철 대표팀 감독님이 결혼 언제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시더라. (이구동성으로) 빨리 결혼하고 빨리 애 낳고, 빨리 복귀하라고(폭소).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맞는 말 같다.

심서연

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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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스투 최인철 감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 감독이 워낙 미남이어서 여자 선수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경기장에서는 호랑이 같아서 선수들이 경기 중에는 벤치 근처에도 잘 안 간다고 하던데

나래 긴장감이 '대박'이다(웃음) U-20 대표팀 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지셨는데 A대표팀 언니들은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 아직도 많이 무서워하신다.

서연 애들이 지금은 '천사'라고 하더라. 예전엔 어떠셨는지 상상이 안된다.

스투 지난해 U-17(17세 이하)과 U-20(20세 이하) 대표팀이 우승하면서 언니들로서 대견하면서도 반대로 부담도 됐을 것 같다. 그런 점이 피스퀸컵 우승과 아시안게임 최초 메달 획득으로 이어진 원동력일까.

서연 그렇다. 처음에는 언니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동생들이 잘 한만큼 우리도 성과를 내야 한국 축구에 쌓이는 게 있지 않겠나. 다행히 좋은 결과를 내서 기분이 좋았다.

나래 U-20 대표팀이나 여주대에서는 선배 위치에서 움직였는데, A대표팀에서 합류했을 땐 최고 막내라 처음엔 위축된 것도 사실이었다. 피스퀸컵이 데뷔전이었는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분위기나 흐름도 어떻게 타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스투 선수들이 볼 때 대표팀 레벨에서 제일 힘든 상대가 어디인가. 역시 유럽인가.

나래 흔히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유럽 쪽보다는 아시아가 더 힘들다. 유럽은 파워풀하지만 몇 가지 부분만 더 잡으면 된다. 반면 아시아는 워낙 서로 잘 아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힘들다.

서연 그 중에서도 북한이 제일 힘들다. 예전에는 한 골도 못 넣은 채 서너 골 내주다 포기하곤 했었다. 워낙 어려서부터 축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은 우리도 많이 기량이 올라와서 조금만 더 하면 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든다.

스투 A대표팀도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7세 이하 대표팀이 출신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어린 동생들한테 경쟁심리도 생길법한데,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

나래 동생들이 지난해 우리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하면서 대견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선의의 경쟁 관계다. 사실 아직 여자축구가 저변이 넓진 않아서 선수가 별로 없다 보니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다 친한 언니동생 사이다(웃음) 같이 훈련하다 보면 (이)영주가 너무 잘한다.

서연 (고개를 끄덕이며) 영주는 공차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다른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는데 A대표팀에서 같이 뛰어보다 보니 (여)민지가 제일 눈에 띄더라.

스투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의 대우는 여전히 차이가 많 이 난다. 물론 둘 사이에 스폰서 등 경제적 수입이 다르긴 하지만 대회참여가 아니면 A매치가 거의 열리지 않는 점도 그렇고, 언론이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서연 물론 협회에서 많이 도와주신다. 그렇지만 파주에서도 남자대표팀과 달리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연습장을 쓰고, 사소한 부분에서 서운할 때가 종종 있다. 같은 A대표팀인데도 차별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분들도 남자 때보다는 많이 안 오시고.

나래 지난해에도 U-20 월드컵 끝나고 석 달 정도 인터뷰도 많이 하고 괴롭힘 당했는데. 요즘엔 뜸하다. (웃음) 남자 대표팀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나 해외에서 A매치를 자주 치른다면 큰 대회를 앞두고 조직력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잘 없다. 다행히 6월에 경기가 잡혀서 다들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서연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스투 지난해 피스퀸컵에서 3만 명이 넘는 많은 대관중 앞에서 경기한 경험이 있다. 관중이 적은 것과 많은 것에 어떤 차이가 있나. 작년 U-20 독일월드컵에선 처음 보는 만 원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 앞에서 위축되기도 했다고 고백했었는데.

나래 이제는 위축되기보다는 많이 흥분된다. 아무래도 관중이 많으면 경기 전 몸 풀 때부터 경기 내내 재밌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서연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경기장에 많이 오시는 편이다. 우리가 열심히 하는 만큼 WK리그 경기장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나래 나는 올시즌이 처음이라 관중이 많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웃음) 멀리 지방에서 해서 그런지 관중이 많이 없다. 우리가 수원이 연고지니까 홈에서 하면 많이 보러 올 텐데…. 내 생각에 제일 시급한 건 홈경기제도다. 보러 오고 싶어하는 분도 많은데 지방인데다 월요일 저녁이라 경기를 못 보시는 분이 많다. 홈에서 경기를 하면 고정적인 관중이나 팬도 많을 것 같다.

서연 매번 지방까지 보러오는 서포터즈 '블랙로즈'한테도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 "승부조작? 여자축구는 아직 순수하잖아요"

김나래(왼쪽)와 심서연

김나래(왼쪽)와 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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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조금 민감한 얘기지만, 최근 K리그가 승부조작으로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같은 축구 선수로서 만감이 교차할 법 한데

나래 (깊게 생각한 뒤) 해외도 그렇고 남자축구는 인기가 있은 반면 내면은 좀 복잡한 것 같다. 이에 비해 여자 축구는 아직 순수한 부분이 남아있어 다행인 것 같다.

서연 같은 생각이다. WK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스투 반면 WK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무엇인지

나래 얼마 전에 감독님과 선수단이 다 같이 주말을 맞아 수원삼성의 K리그 경기를 보러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갔었다. 서포터즈도 그렇고 열기가 엄청 뜨거웠다. 경기도 재밌었지만 경기장 분위기 때문에 우리가 더 흥분될 정도더라. 방금도 얘기했지만 일단 WK리그도 홈에서만 열린다면 좋겠다. 우리 서포터즈도 꽤 많은데…어려운 일인가요?

서연 나도 경기를 보고 무척 놀랬다. 홈 앤드 어웨이 제도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중립경기장에서 열리다 보니 경품추첨 안 하면 거의 관중이 없다. 선수 가족이 나 지인, 근처 여자축구부가 전부다. 경기 내내 우리끼리의 호흡만으로 뛸 때도 있다. 그런 날은 몸 풀러 나갈 때부터 기분이 탁 풀린다. 작년 챔피언결정전 때는 사람이 많아서 더 힘이 났었는데…

나래 피스퀸컵때 관중이 워낙 많이 와서 이 정도만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WK리그도 관중이 많아졌으면 한다. 관중이 있으면 선수들도 더 힘 이 난다.

스투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WK리그에는 군팀인 부산상무가 있다. 남자와 달리 여자 선수는 일시적인 군입대가 아닌 직업군인 신분으로 상무로 간다. 본인의지에 상관없이 군인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상무선수는 아니지만 과거 드래프트 결과에 따라 상무에 갈 수도 있던 입장에서 보면 여자선수들은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있나

서연 군대라서 상무에 가기 싫다기보다는 군사훈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좀 있는 건 사실이다. 드래프트뿐 아니라 이적을 해도 군사훈련은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상무에 간 언니들은 '지나면 다 추억'이라고 하더라. 남자들처럼 말한다(웃음). 직업적으로도 여러 장점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선수 생활 이후도 보장이 되고, 사람들도 많이 알게 돼서 좋은 것 같다. 특히 하늘 언니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더라.

나래 여자선수로서 군사훈련으로 4개월 동안 운동을 못하는 건 치명적이다. 어찌 보면 여자로선 그다지 필요치 않은 훈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몸 관리를 못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니들 말처럼 나중을 보면 상무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기 전에는 다들 걱정하는데 막상 가면 대부분 만족하더라.

스투 WK리그에서 뛰어보니 가장 힘든 상대는 누구인가

나래 아무래도 고양대교가 가장 힘든 건 같다. 같은 포지션 중에는 조소현 언니가 나와 스타일에 제일 비슷한 것 같다.

서연 박지영(현대제철) 언니가 작은데 빠르고 가지고 있는 능력이 많다. 덩치가 비슷하면 맞부딪히기라도 할 텐데 체구가 작으니까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다. (웃음) 작년까지 함께 뛰는 가을 언니와 맞대결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많은데, 워낙 서로 잘 알다 보니 오히려 막기가 어렵지 않았다.

스투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서연 올림픽 예선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에 못 나가게 돼 많이 아쉬웠는데, 대표팀이 강해진 만큼 일단 올림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음 월드컵에도 꼭 나가고 싶다.

나래 나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처음이라 꼭 나가보고 싶다. 월드컵도 앞으로 두 번 정도 출전하고 싶다.

서연 동시에 가장 중시하는 건 부상 없이 뛰는 거다. 부상이 없어야 목표도 이룰 수 있는 거니까. 몸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챔피언 자리도 꼭 지키고 싶다. 작년에 우승하면서 소연 언니와 가을 언니 주축으로 팀이 우승했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올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아직도 중계 때나 언론에서 두 언니의 공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말에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고양 대교가 무패(11승)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한 번 멋지게 잡아보고 싶다.

나래 팀이 지금 2위를 달리고 있는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마지막에 플레이오프에 나가서 대교도 꺾고 우승하고 싶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이성균 감독은 "둘이 마치 친자매처럼 잘 어울려 다니는데. 보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러 오는 도중 심서연은 김나래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뭔가를 다정하게 얘기했고, 김나래는 장난으로 응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쑥스러워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둘에게 서로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묻자 어쩔 줄 몰랐다. 몇 분 동안 머뭇거리다 심서연이 먼저 말을 꺼내자 김나래는 부끄러워하며 귀를 살짝 막기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서연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너랑 친하다고 소문도 날 정도인데, 막상 실제로는 언니가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도 믿고 따라줘서 너무 고마워.

나래 그라운드에서도 언니가 잘 뛰어주고 있지만 숙소에서도 너무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내년에도 이적하지 말고 같이 쭉 뛰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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