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눈에는 눈' 특허 소송...신경전 점입가경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이 애플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취하며 양사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애플이 신제품 출시 일정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겹치도록 잡고 미국 법원에 삼성의 미출시 신제품 공개 등을 요구하자 삼성도 똑같이 '맞불'을 놓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애플의 미공개 신제품 '아이폰5'와 '아이패드3'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 법원이 지난 24일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여 삼성에 '갤럭시S2', '드로이드 차지', '인퓨즈 4G', '갤럭시탭 10.1', '갤럭시탭 8.9' 등 5개 제품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지 3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표면적으로 자사와 애플 제품 간에 또 다시 특허 침해와 관련한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지만 '똑같이 한 번 당해보라'며 애플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도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법무팀은 "우리도 애플처럼 상대방에게 신제품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형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이 출시하지도 않은 제품 공개를 요구하며 속을 긁자 삼성도 맞불을 놓은 셈이다. 삼성은 한 발 더 나아가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최신 버전으로 내놓으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은 최근 삼성이 애플을 상대할 때 주로 쓰는 방식이다. 삼성은 당초 애플이 지난 달 15일 '갤럭시S', '갤럭시탭'이 자사 제품을 베꼈다며 미국 법원에 삼성을 제소했을 때도 곧바로 통신 특허 침해 혐의로 맞소송에 들어가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초 삼성 제품에 '짝퉁(copycat)' 등의 말을 써가며 비난했을 때 침묵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최근에는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모양새다. 지난 달 애플을 맞고소할 때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독일 법원에까지 소송을 제기하며 애플을 압박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일본, 독일 기업의 특허권도 다수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애플을 보다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일본, 독일에까지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로서는 삼성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이다.
이 같은 모습은 양사의 신제품 출시 시기와도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내달 6~10일동안 열리는 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폰5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10.1의 출시 일정을 8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아이폰5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으로 주의를 분산시켜 '김빼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경쟁사 제품의 흥행에 물을 끼얹으려는 행동도 발단은 역시 애플이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지난 달 28일 갤럭시S2를 국내 출시하자 아이폰4 화이트와 '아이패드2'를 각각 28일, 29일에 출시했다. 애플이 애초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갤럭시S2 출시에 앞서 흥행에 재를 뿌리려는 목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양사의 신경전 속에 삼성이 연일 강공에 나서면서 애플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법원이 삼성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애플로서는 더욱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공개 명령을 받은 드로이드 차지, 갤럭시탭 10.1 등은 시판에만 들어가지 않았지 이미 공개된 상태지만 애플은 아직 아이폰5, 아이패드3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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