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회장, “99%? 99.9999% 노력해야!”
공학도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 덕분
대표이사 물러난 뒤에도 연구활동에 공들여
돈이 돈을 벌듯, 아이디어가 아이디어 발굴해
300개 발명특허중 5% 제품화의 비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발명왕 에디슨은 '나의 발명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의 결과다'라고 했잖아요. 이는 과거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99.9999%의 노력에 0.0001%의 영감'이라고 말해야 옳아요."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기술 개발을 위해 가져야 할 자세로 순금에 버금가는 '창조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지난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석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녁 12시 또는 다음날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회장 집무실 대신 연구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동창회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민 회장은 기술에 대한 고집과 집념을 이처럼 여과없이 드러냈다. 스스로를 경영인보다 공학자라고 소개하는 민 회장은 기술개발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가장 의미있고 보람있던 순간도 바로 발명특허가 제품으로 실현돼 세계시장을 석권했을 때다.
현대중공업 근무 22년차를 맞는 민 회장이 직접 출원한 발명특허 수는 300여 가지가 넘는데, 제품화에 성공해 정부가 수여하는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비중이 5%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발명특허중 제품화에 성공하는 비중이 0.8%인 점과 비교해 보면 특허의 순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민 회장은 "연구원들에게 제대로 된 연구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학업과 보잉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한국선박해양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한국 연구원들도 당연히 외국처럼 과제를 정하고 논의를 통해서 수행방법을 정립한 후 연구원이 스스로 연구를 수행해 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된 건지 단순 실험이나 단순 계산 이외에는 연구원들이 알아서 연구를 하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회사는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전사적인 연구개발 과제 제안대회를 하고 있으며 부설 연구소에 속한 수백명의 연구원으로부터 수시로 R&D 과제를 제안토록 했다. 채택될 경우 제안자에게 큰 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민 회장은 "채택할 만한 과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창의적인 혁신과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제를 어떻게 진행할지 몰라 얼마쯤 지난 뒤 방치하거나 결과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공업 특성상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진행하는 R&D는 협조도 이뤄지지 않는데다가 실패할까봐 겁을 내고 안하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분야간 조정 및 결과에 책임져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민 회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중공업 같은 제조업 분야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절대적으로 요망된다"며 "최고 경영자 자신이 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는 게 가장 좋지만 아니면 그러한 참모진이라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미친 듯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민 회장은 "노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낳게 된다. 마치 돈이 돈을 버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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