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를 주목하는 이유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받고 싶은 상이 퓰리처 상이다. 헝가리 출신 미국 언론인 조셉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에 만들어진 퓰리처 상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 달 발표된 ‘2011년 퓰리처 상’ 수상자 명단에는 눈여겨 봐야할 언론사가 하나 포함돼 있다. 프로퍼블리카다. 국내 언론들은 한국인으로서는 네번째 퓰리처 상 수상자인 시카고 선타임즈의 사진기자 존김(한국명 김주호)에 대해서는 크게 보도했지만 프로퍼블리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프로퍼블리카는 과연 어떤 회사인가. 전세계적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신문산업의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운영방식과 보도행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다. 설립부터가 금융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허버트 샌들러 부부가 매년 1천만달러씩 3년간 지원키로 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플로리다에 있는 나이트재단도 이 회사에 지원을 약속했다. 프로퍼블리카의 사장이자 편집인인 폴 스테이거씨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발행부수도, 광고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15년동안 편집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프로퍼블리카에게 2010년도에 첫 퓰리처상을 안겨준 기사는 무려 2년 반에 걸친 취재 끝에 출고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했던 2005년 당시 그지역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사실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 했다. 올해 수상작인 ‘월스트리트 머니 머신’은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거품을 어떻게 조장했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를 일리노이주의 헤지펀드 회사인 ‘매그네터’사의 사례를 통해 심층취재했다.
프로퍼블리카에는 사장을 포함해 총 34명의 기자들이 있다. 대부분 퓰리처상 수상 등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자들이다.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엥겔버그는 뉴욕타임즈에서 18년을 근무한 탐사보도 베테랑이다. 이밖에도 선임에디터, 선임기자, 일반기자, 사진 및 동영상기자, 조사담당기자 등을 두고 있다.
작성된 기사는 홈페이지에 게재해 두고 사진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무료로 퍼갈 수 있게 하고 있다. 기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워싱턴포스터 등 기존 언론과 함께 협력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인이었던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와 콜럼비아 저널리즘 스쿨 교수 마이클 슈드슨은 ‘미국 저널리즘의 재건’이라는 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무너지는 신문사들의 경영상황과 이에 따른 기자들의 대량해고였다. 이 보고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민주주의를 지켜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모델로 프로퍼블리카를 지목했다.
한국의 언론상황이라고 미국과 다르지 않다. 경영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집단지성 활용모델이나 소셜미디어와의 생산적 관계정립 등은 아득히 먼 과제로 남아있다. 프로퍼블리카 같은 모델을 국내에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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