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성공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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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2010년 10월 12일 부산 광안리의 한 카페. 젊은 영화감독들을 위한 파티인 ‘와이드 앵글’에서 청바지 차림의 빨간 셔츠를 입은 한 노인이 관광열차 춤을 신나게 춘다. 그 맞은편에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세계적인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그에게 질세라 막춤을 추고 있다.


노인의 정체는 부산영화제를 맡아 15년간 세계적 영화제로 이끌어왔던 김동호 부산국제 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사진). 줄리엣 비노쉬는 “난 배우가 아닌 미스터 김과 춤추고 싶은 댄서로 이 파티장에 왔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그 멋진 송별파티를 끝으로 집행위원장직을 마쳤다.

10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대강당.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한 ‘창의력으로 새 길을 뚫다’의 골드명사 특강에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마치 어제의 일을 기억하듯 작년 부산영화제에서의 송별 파티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아마 전세계에서 나처럼 행복하고 요란하게 퇴임한 영화집행위원장 은 없었을 겁니다. 또 어떤 사람보다도 나는 보람있게 관두는 거였죠”라며 조직위원장직을 관둔 소회를 말했다.


그는 특강의 상당시간을 부산영화제의 역사 소개에 할애하며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영화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시아의 신예 감독들의 신작들이 부산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위원장은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 투자비가 절실한 영화감독들과 영화 제작자가 만나는 자리인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을 3회 때부터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감독들과 투자자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이들의 만남으로 부산에서 자본을 유치하게 된 영화들은 세계 곳곳의 주요 영화제를 석권했다. 10회부터는 아시안 필름 아카데미를 만들어 신진 감독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이들은 곧 차세대 아시아 영화의 리더로 성장했다.


그는 이 모든 성공의 비결을 3가지로 요약했다.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창의성이 없으면 색깔 있는 것을 할 수 없어요. 또 열정이 없으면 (일을) 끌어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 없으면 이룰 수가 없습니다”. 창의성과 열정을 가지고 행동을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부산영화제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 특유의 ‘우직함'이 창의성과 열정, 실천력을 든든히 받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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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의 성공에는 김 명예 집행위원장의 ‘술’ 실력도 뒷받침 됐다. 흔히 김 위원장을 일컬어 “술로 세계영화계를 재패했다”고들 한다. 그는 지독할 정도로 영화인들과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술자리를 통해 김 위원장은 상대방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다. 문화공보부 차관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이 됐을 때 김 위원장은 낙하산이라는 수군거림에 정면으로 맞섰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사며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입봉’(감독 데뷔)도 안한 젊은 감독의 상가(喪家)에 문상 가서 밤을 지새우면서 영화계의 현안을 듣고 그들의 고충을 파악했다. 그렇게 김 위원장은 ‘영화인’이 됐다. 오늘날 그는 영화인들로부터 낙하산 출신의 사장이 아닌 영화인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부산영화제에 정계 등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인과 관객들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통령 선거 시절 여당과 야당의 후보가 부산영화제를 찾아도 그들에게 ‘한 말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화인 출신의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부산영화제를 찾아와도 그에게 마이크를 주지 않았다. “섭섭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게 그가 건넨 말이었다. 그렇게 그는 정치적으로 중립된, 그래서 누구도 부산영화제를 이용할 수 없는 영화인들만을 위한 영화제로 만들어 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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