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시아경제 박희준 조윤미기자]"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s)이 좋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우리나라 경제 부총리가 줄기차게 한 말 중의 한 토막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발언이 십 수 년 만에 태국과 인도네시아 당국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외화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면서 자국 통화가 급락하자 시장 안정 차원에서 이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 자금유출로 통화 약세=우선 태국 바트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에 대해 약 2.6% 하락했다. 달러.바트화 환율은 30.80~90 바트 수준인데 이는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30바트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바트화 가치 급락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고 나간 탓이다. 지난 4일 984.78로 마감한 태국 주가는 1월6일 최고가에 비해 6.3% 하락했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 "아시아 당국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통화긴축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른 차티카바니지 태국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태국의 자산 가격은 홍콩과 중국에서 한 것과 똑같이 급등하지 않았다"면서 "우선 버블이 없었던 만큼 거품이 터지는 일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여러 달 동안 수익을 낸 뒤 주식시장에서 차익실현을 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면서 "태국 바트화와 아시아의 다른 통화들이 지난 해 최고 10%까지 평가절상된 만큼 이제는 안정시킬 때라는 시장의 인식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나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달러화에 대해 바트화가 강세를 띠게 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동안에는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트화 약세는 태국 당국자들이 속편하게 쳐다 볼 사안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태국 정부의 노력을 매우 복잡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트 약세는 제품이나 원자재의 바트화 표시 수입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태국 당국은 지난 해 6월 이후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려 총 1%포인트 금리를 인상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지난 1월 3.03% 수준에 묶어둔 만큼 인플레이션 충격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태국은 올해 약 1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3%로 줄일 계획이다. 코른 장관은 "펀더멘털이 통화가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왜 바트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인도네시아, 핫머니로 골치=인도네시아는 인플레 억제와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입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선진국의 저임금 탓에 이머징 국가로 눈을 돌렸는데 이들은 2010년 초 이후 총 95억달러 어치의 인도네시아 국채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인도네시아 국채보유 비중은 15%에서 30%로 급증했다.


외자유입은 대체로 경제에는 호재지만 급격한 유출입은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게 마련. 일례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최근 2주 동안 10억달러어치의 인도네시아 국채를 팔아치웠다. 이 때문에 10년 물 국채 수익률이 연 7.5%에서 1월21일에는 최고 10%로 급등하고 주가는 한때 11%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취약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외자도 붙잡고 인플레이션도 억제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자를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이는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의 약세를 불러온다.


루피아화 약세는 수입물품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제품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킨다.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해 11월과 12월 정책 목표인 4~6%를 훌쩍 넘은 7%를 기록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여전히 자신 만만하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정책 성명에서 "최근의 외자 유출과 루피아화 약세는, 인도네시아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하기 때문에 일시적"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펀더멘털 과신해서는 안돼=그러나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투자자들이 어디 있을까?. 한국 정부도 줄기차게 펀더멘털이 좋다고 외쳐댔지만 결과는 어땠는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이미 1월 초 돈을 빼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잠식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그 결과 루피화 절하 압력이 높아졌고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에서 10억달러를 풀어서 루피아화 안정에 나서야 했다. 1월 말 현재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은 953억 달러로 강력한 시장개입을 통한 통화가치 안정 능력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백 퍼센트 확신하기는 어렵다.

AD

다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낮은 태국 당국에 정책운용의 여지가 더 있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인플레이션 억제와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두가지 숙제를 둔 태국과 인도네시아 정책 당국자들은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과신하거나 되풀이해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금리를 운용해 외화자금 유출입과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