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면 節電강요' 판박이 대책...장기수급 전략 세워라
[전기 과소비 이대로 안된다]<하>전력난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가정과 빌딩에서의 전기난방으로 인한 난방수요의 증가가 우려됩니다. 난방사용을 자제하고 과도한 전기소비를 줄여주십시요." 정확히 지난해와 올해 1월12일 같은 날에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파로 연일 최대 전력수요가 경신되자 내놓은 대국민 담화문이다. 판박이 문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5일과 1월7일 전력수요가 사상최대를 경신했을 때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올해도 (전력수요가 폭증해 설마)대국민담화를 또 하겠냐"고 낙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17일 최대전력수요는 정부의 올 동절기 최고전망치(7250만kW)를 80만kW나 훌쩍 넘긴 7314만kW를 찍었다. 예비전력도 역대 최저치에 위험수준인 400만kW(404만kW)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기난방 자제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대형마트, 건물 등 에너지다소비 사업장 414곳을 대상으로 권장온도(20도 이하)를 준수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이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공공기관의 난방기 사용을 하루 2시간씩 중단하라는 긴급 지침까지 시달했고 한국전력에서 시작된 자율적인 점심시간 조정(12시에서 11시)에 민간기업 100여개사가 동참하기까지했다.
◆실시간 전력수급 실패하면 정전=전력은 다른 재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한다. 만약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에는 주파수 이상으로 인해 정전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력 수급의 문제는 정부 정책과 전기 사용이라는 전체 소비자의 집합 행동에 좌우돼 특정기관,특정부처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다. 특히 초과 수요 발생 시 전력 이용에 대한 문제는 그 피해의 발생원인 및 규모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겨울철 전력대란은 한파라는 기후적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 잘못된 수요예측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02년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 최대 전력 수요를 6062만㎾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최대 사용량은 7131만㎾로 17.6%나 많았다.
전력대란은 앞으로 2~3년간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작년 말 내놓은 '제5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 14기,석탄화력발전 15기,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19기,수력ㆍ양수발전 2기가 추가로 건설된다. 노후 발전설비 19기가 폐기돼 398만㎾의 공급능력이 감소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력공급은 4000만㎾ 가까이 늘어난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최대 전력소비량 대비 예비전력 비율은 2011년 6.6%,2012년 7.3%,2013년 8.6%로 안정권인 10%를 밑돌아 2014년이나 가서야 13.9%로 높아진다.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 수요를 제대로 관리했을 때의 수치다. 지금처럼 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행태가 계속되면 전력 수급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 즉 2~3년간은 겨울철마다 이런 악순환(기온급강-전력수요최대-대국민담화-난방온도 강제화)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2013년까지 동절 전력난 되풀이 전망= 발전 설비 계획은 최대수요와 최대수요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때의 정전 확률을 고려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설비 건설을 유도한 대가로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이 형평에 맞으나, 현재 소매 가격은 시간대별요금이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최대 부하 시점에 전기 소비를 줄일 유인이 없다. 더구나 겨울철 수요 관리 프로그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하관리 프로그램 중에서 가격에 의한 부하관리 프로그램으로는 ▲기본요금 피크연동제 ▲계절별ㆍ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 ▲지정기간 수요조정제도 ▲주간예고 수요조정제도 ▲심야전력요금제도 ▲직접부하제어제도 ▲비상절전제도 등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부하관리 프로그램이 여름철 부하관리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덜 개발돼 있어 직접부하제어제도 정도가 겨울철에도 적용 가능하다.
겨울철 부하패턴에 맞는 부하관리 프로그램이 취약한 상황이다. 겨울철 최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가격 정책과 수급 안정 정책의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전기절약이라는 국민들의 선의(善意)에 의존한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를 주기적으로 반복해 발생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적정 가격으로 중단 없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적정 가격은 낮은 가격을 의미하지 않으며,공급중단 확률을 줄인다는 것은 설비 용량 증축등을 위한 투자 확대를 의미한다.
◆전력 설비투자 늘리고 전력사 경영개선 =한전및 한전의 발전 자회사도 내부 경영 개선을 통하여 비용을 줄이고 발전시설 투자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적정 가격과 공급 중단확률의 최적점을 에너지 시스템 차원에서 탐색해야 한다.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학박사,에너지학전공)은 "공공부문에서의 이런 노력이 선행돼야 에너지 가격 정책의 수용성 향상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또 전기 요금이 타 에너지원의 가격보다 낮아 전력 사용이 많다는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전기가 도심의 사무실에서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이용의 매력도가 큰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건물 난방 온도 규제가 개인전열기 사용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정책의 '풍선 효과' 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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