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송해성 감독의 선택은 다소 위험했다. 새롭게 내놓은 영화 ‘무적자’는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이다.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걸작의 리메이크. 비교는 불가피하다. 자칫 작품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떠안을 수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투여하면서까지 항해를 이어갔다. 이유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같은 듯 전혀 다른 영화를 지향한 까닭이다.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았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주력한 건 시각의 자유화. 원작보다 더 많이 드라마에 힘을 기울이려 노력했다. 네 남자의 거친 운명에는 어느새 멜로가 첨가됐다. 남녀 간의 로맨스가 아닌 형제애다.
이는 로맨스에서나 볼 수 있는 삼각관계로 극이 흐르며 더욱 심화된다. 김혁과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이영춘(송승헌 분)의 우정이 바로 그것. 배타적인 사회에서 주위를 겉도는 그들의 우정은 끈적거리다 못해 질기기까지 하다. 이는 경찰생활을 하는 김철과 부딪히며 높은 극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송 감독이 리메이크에 대해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자 돌파구다. 그는 말한다.
“삼각관계를 그린 멜로라고 생각하고 제작했다. 특히 등장인물들 간의 감정이 그러하다. 배우들도 촬영 내내 그런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
그래서 ‘무적자’는 리메이크 작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오우삼 감독을 위한 송해성 감독의 오마주를 묶어놓은 수작에 더 어울린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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