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감리(監理)란 발주자의 위탁을 받은 용역업자가 설계도서 및 관련 규정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감독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발주자를 대신해 제대로 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시공됐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실제 일반 건축이나 토목공사는 물론 전기, 소방 설비공사 등에서는 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감리가 부실할 경우 건축물의 준공이 되지 않는다. 부실감리시 엄청난 재산상 피해는 물론 인명피해 마저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리제도가 엄밀하고 까다롭게 규정돼 있으며 부실감리가 적발될 경우 처벌도 엄하다.
그러나 정보통신감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제도자체가 태생부터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관할인 정보통보통신공사업법에 의해 지난 98년부터 시행됐지만 설비에대한 감리제도 자체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채 국토해양부의 건축사법 등 타부처의 감리규정을 준용하면서 부실이 잉태됐다.
정보통신분야는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TV, 건물 구내외 공용 통신회선, 와이파이, 통신기지국 등 각종 무선설비, 홈네트워크, u시티, 공공관제시스템 등으로 관련 인프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정보통신설비공사가 부실 시공되면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불통사태가 초래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밀집 거주지역에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전화 기지국 등의 경우 강전(强電)을 다루는데다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 이슈와 연계돼 규격대로 시공되지 않을 경우 인명과도 직결된다. 그만큼 소비자 피해가 큰데도 그동안 구축된 설비를 감리하는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없었다.
현행법상 정보통신감리는 건축사나 엔지니어링업체에 소속된 기술사등이 한다. 문제는 건축사처럼 정보통신 비전문가 집단도 일정한 단기교육만 받으면 자격을 얻어 감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보통신감리를 규정한 법규가 각부처로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통신감리를 규정한 법규는 정보통신공사업법(방송통신위원회),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지식경제부). 건축사법(국토해양부), 기술사법(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사분오열돼있다.
이와관련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과거 단순 전화나 공시청안테나 가설 시절을 염두에두고 만들어진 제도인데 최근 지능형 홈네트워크 등으로 초고속정보통신 설비가 발전하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설비에 대해서도 비전문가들이 설계·감리하도록해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 감리 자격발급과 교육관리가 시공업계 단체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이뤄지는 것도 아이러니다.
법률상 시공과 감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비 구축업체들을 부정행위나 부실시공을 감시해야할 감리사들을 관리하는 곳이 시공업체들의 이익단체인 만큼 제대로된 통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건축토목 등 다른 감리분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허위부실감리가 관행처럼 만연하게 된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 조사결과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720여건의 정보통신 감리업무를 수행한 감리원 416명중 절반이상인 212명이 두 건이상 이중감리했고 전체 감리원중 15%(35명)는 10건 이상 감리업무를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원 한 사람이 50건이상 수행한 경우도 3명이나 됐다. 설비 준공을 위해 서류로만 허위보고해온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 감리의 경우 관리감독이나 처벌 관련 규정이 미비해 제재나 처벌은 물론 이렇다할 실태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서울시 전역의 전봇대 회선(공중선)의 일대정비를 추진해지만 지자체가 나설 근거가 없어 손도 못대고 접어야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제도적 부실을 알고있지만 부처간 협의가 미비해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네트워크기획과 박장원 사무관은 "2008년 의원입법으로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등을 발의해 제도개선을 시도해왔으나 국토해양부 등 유관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개선이 번번히 무산되는 상황"이라면서 "허위부실 감리 실태에대해서는 별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를 포함한 16개 시도지사 정보통신담당 공무원들은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실태조사에 나서고 관련법령 개정 및 관리감독 권한의 시도이양 등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 정보통신감리란=정보통신사업자가 통신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는 각종 공중통신 설비나 건축물내 구내회선 설비 등 각종 정보통신설비 구축시 발주자를 대신해 설계도서나 관련 규정대로 시공되는지를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토목 공사나 소방설비, 전기공사의 경우 엄격한 감리를 규정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조성훈 기자 search@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