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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기초과학 지원이 노벨상 수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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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부원장 기고

해마다 10월에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고 그때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하는 아쉬움 섞인 탄식이 새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지난 40여 년 동안 산업화에 성공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산업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면서도 아직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우리는 아직도 과학 선진국들이 지난 수세기 동안 엄청난 투자로 일궈놓은 과학기술의 열매를 따고 있는 단계에 와 있을 뿐이다. 이들 나라에는 훌륭한 과학적 업적을 세우고도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한 과학자들이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노벨 과학 분야 수상자들이나 석학들에게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면 늘 나오는 답이 있다. 노벨상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노벨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연구에 충실하다 보면 노벨상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목적 기초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기술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해 목적성을 갖고 연구하는 기초과학이다. '순수기초과학'은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지만 인간 지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호기심으로 하는 '초목적적(non-oriented)' 과학연구다.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목표를 세워 하는 연구보다 초목적적 순수기초과학이 장기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뒤바꾸는 결과를 낸 사례가 많다. 전기 자기에 관한 연구는 전기모터, 유무선통신, 각종 광학기술로 이어졌으며, 양자물리학은 반도체와 레이저의 발견으로 이어져 현대 정보통신기술의 모체가 됐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기적과 같은 산업기술발전에 익숙해져서인지, 우리는 그런 산업기술 발전의 바탕에 깔려 있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초과학은 '공짜'니 사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업기술에 응용될지 안될 지도 모를 순수 기초과학연구에 돈을 들이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한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

다들 아인슈타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미국에 건너간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어디에서 연구했는지를 아는 이는 드물다. 아인슈타인이 연구한 곳은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연구소다. 이 고등연구소는 프린스턴 대학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연구소는 미국이 경제대공황을 겪고 있던 1930년 독지가 남매가 미래를 위해 기부한 자산으로 만든 것으로,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 22명,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필즈상은 전체 48명 중 34명을 배출한 이론연구소다.

우리나라도 순수기초과학 이론연구소로 고등과학원을 세운지 13년이 됐으며 이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소수정예 이론연구 중심의 고등과학원과 달리, 연구단 형태의 거대실험을 포함한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론연구와 달리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들어가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매년 10월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jaewan@kia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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