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세종시 건설 수정 추진' 발언을 계기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손을 맞잡았다. 양당은 세종시법 원안처리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공조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양당 핵심 관계자는 8일 "양당 공조를 위한 구체적인 틀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충청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종시 원안 추진에 교감하고 있고,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미디어법 등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극한 대치국면에서 선진당이 여당의 입장으로 선회하자 양당은 '한나라당 2중대', '생떼당'이라는 극한 용어를 사용하며 서로를 비난했던 상황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운찬 카드'는 세종시 축소를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정부 10년을 함께 해 온 충청권은 민주당과 공동운명체"라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국민연대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선진당도 공감대를 표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와 정 총리 내정자가 주연이고, 한나라당이 조연인 세종시 축소변질 음모와 도전에 당의 역량을 결집해 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민 정책위의장은 아시아경제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세종시법 처리에 대한 민주당과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세종시 건설 해법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차이가 없어 공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세종시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안상수 원내대표)고 연일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선진당이 정 내정자의 세종시 발언을 빌미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양당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정 내정자를 당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여겨왔던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 내정자와 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나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세종시 발언은 결정적 기회를 마련했다. 또 현 정부의 총리로 지명된 이상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기 어려운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결별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진당은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으로 발생한 '내홍'을 조기 수습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심 전 대표의 복당 등 내부단합을 전면에 내걸면서 현 정부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양당의 공통된 셈법도 반영되어 있다. 민주당과 선진당이 각각 충북과 충남 지역구를 장악한 가운데 여권이 2기 개각에 '정운찬 카드' 선택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원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세종시 만큼 충청민심을 자극할 소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양당의 이러한 불안한 동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당의 정체성이 확연히 다른데다 세종시를 제외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정책적 공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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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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