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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독한경영 확산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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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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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후 공사를 이끌어온 경영방침은 '독한경영'이다. '독한경영'은 언론도 여러 차례 보도해 업계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및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누가 뭐래도 '독한경영'을 기반으로 한 석탄공사의 개혁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의 사태는 경영혁신의 과정에서 드러난 진통과 미진함이라 반성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독한 경영이 탄생한 과정은 우연이다. 사장으로 내정된 후, 나는 어떻게 공사를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부채가 1조원이 넘고 계속 꼴찌를 하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러 자료를 섭렵했다.
어느 날이었다. 서재에 틀어박혀 지난 30년간 공들여서 스크랩한 자료들을 들춰보던 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동안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졌던 단체장,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할 때 선언한 말이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이다. 취임사가 거의 똑같다는 말이다. 모두들 "변해야 한다" "바꾸자" "혁신하자" "환골탈태하자" "원칙과 정도대로 하자" 이렇게 말했다. 어떤 취임사이든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확실하게 변하고 원칙대로 경영하며 환골탈태한 사례가 별로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나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경영의 원리는 간단명료한데 그것을 지독하게 실천한 경영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독한경영'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것을 취임사에 담아 선언했다. 원칙과 기준을 독하게 실천하는 '독한경영'을 하겠다고 말이다. "경영의 실패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원칙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독한경영의 철학이다. 나는 1년 가까이 그것을 실천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는 우리 사회에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인사나 계약관계만 해도 그렇다. '알 만한 사람' '힘 좀 있는 사람'이 부탁을 한다. 원칙대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사람이 오히려 원칙을 흐트러뜨리는 데 앞장선다. 소신껏 원칙을 지키려면 정말로 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많은 어려움과 괴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원칙대로 독하게 하는 것이 경영의 정도(正道)라는 사실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최근의 진통에도 지난 해 경영평가를 분석해보면 희망을 느낀다. 공사의 평가점수 상승률이 중위권이며 만년 최하위의 꼴찌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해 말에 노사간 일체의 이면 합의 없이 공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총16%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독한경영'의 성과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는 원칙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거꾸로 말하면, 힘들고 어려운 국면일수록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현안이 난마처럼 얽힌 조직이거나 악순환에 빠진 경영체일수록 원칙준수의 독한경영이 제격이다.

독한 경영은 '악랄한 경영'이나 '독종 경영'이 아니다. 임직원을 볶아대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게 아니라, 올바른 기준과 원칙을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지키고 실천하는 경영이다. 그래서 영어로 'Precise Management'라고 한 것이다. 영어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의미나 어감상 그것이 마음에 든다. 고객만족경영은 너무 진부하고, '식스 시그마'는 여전히 낯설다. '비상경영'이니 '위기경영'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 우려가 크다. '비상경영'이면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경영이다. 비상사태가 해소되면 소멸시킬 수밖에 없다. '위기경영'도 아무리 초일류기업이라도 위기의식이 없이 풍요를 만끽하거나 방심하면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끊임없는 위기의식으로 긴장해야 하나 위기의식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나중에는 위기의식이라는 말만 남고 정말 위기의식은 실종되고 만다.

독한경영은 가정경영과 자기경영에도 적용되는 원리이다. 한번쯤, 기업경영은 물론이고 가정과 자기경영에 어떤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독하게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그 질문에 당당히 "Yes!"라고 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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