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에 이어 자동차 왕국 제너럴모터스(GM)가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가운데 과연 이들 업체가 정부의 주도 하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완료하기만 하면 바로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GM이나 크라이슬러가 아무리 감원과 공장 폐쇄, 딜러 감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비가 우수한 차량을 생산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새 차를 사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31일, 이들 GM과 크라이슬러의 운명은 결국 미국인들이 "새 차 냄새를 맡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했다.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에는 홈에퀴티론(주택지분담보 대출) 등의 저렴한 단기리스 비용과 대출 확대 등을 통해 연간 신차 판매가 1700만 대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46%까지 급감해 1000만 대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여전한 이상 자동차 판매는 몇 년 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어 버락 오바마 정부가 GM을 회생시킬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파산보호 과정을 거쳐 새로 탄생하는 뉴GM은 정부가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미 지원한 2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500억 달러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GM의 회생 여부는 미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당초 경기 침체가 끝나면 내년 말에는 자동차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점쳤었지만 최근에는 내년까지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을 달리했다. 급기야 이들은 5년 후에도 연간 신차 판매가 최근의 정점에 훨씬 못 미치는 15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원래 기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미 정부는 지금까지 쏟아 부은 것 외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 자동차 시장의 최대 고객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연령대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신차 구입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외곽이나 변두리 지역에서 도심으로 이주하면서 자동차를 처분하고 대중교통이나 카풀, 단기 렌터카 등을 이용하는 등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바뀐 것도 자동차 수요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30만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카풀서비스 업체인 집카의 스캇 그리피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사람들은 돈을 쓰는데 더욱 현명해졌고, 이제는 차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시장의 암울한 전망에 자동차 업계는 잔뜩 겁을 먹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북미 정부섭외담당 부사장 조세핀 쿠퍼는 "역사상 지금과 같은 시기가 없었다"며 지난해 사상 처음 71억달러의 적자를 낸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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