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성 예산 늘기기 조짐
10% 예산삭감에 따른 부처간 경쟁도 치열
요즘 기획재정부 산하 예산실 담당 실무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당장 오는 9월까지 내년도 국가 예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각종 선심성·민원성 예산을 반영해 달라는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산 확보 요청은 국회의원에서부터 공공기관장, 심지어 각 부처 장관까지 다양하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10%가량 줄어드는 국가 예산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소위 ‘제로섬 게임’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부양 명목으로 사상·최대로 편성된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확장적’ 예산과 달리 재정부는 내년에는 재무건전성에 무게 중심을 둘 긴축예산 편성을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2010년도 예산안에서 공격적으로 예산을 받아내지 못하면 다른 부처에 밀려 사업 위축이나 중단 등과 같은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무조건 예산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예산 편성 일정은 오는 9월말까지 예산실 내부심의 및 부처별 협의, 당정협의 등을 실시해 예산을 편성하고, 10월초 예산안을 국회에 보고한다. 이를 12월 국회에서 내년 도 예산을 확정하게 된다.
4개월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줄을 대지 않으면 예산배정이 쉽지 않다. 특히 시급하지 않고,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예산확보는 이미 예산전쟁에 돌입했다. 현재 예산실은 부처별로 내년 예산의 한도를 정하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주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요청한 민원성 예산안 편성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실제 재정위원회 소속 모 국회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 녹화(도로확충)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지인을 통해 예산실로 보내왔다. 예산실 관계자는 “민원성 예산 요청은 헤아릴 수 없다”며 “시급성 및 중요성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의 예산 요청을 무턱대고 거절할 수도 없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예산 전쟁’ 2라운드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에 대한 민원성 예산 늘리기는 정점에 도달한다.
예산실 공무원을 만나려고 주·야 가릴 것 없이 ‘줄 대기’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 삭감이 가시화 돤 공공기관은 예산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실제 예산실은 기금 평가에서 불량한 기금사업 20개를 대상으로 내년 예산 10%이상 삭감시킬 방침이다.
정부 부처도 예산확보에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수도권규제를 대폭 풀면서 이에 따른 이익의 지방 환원을 약속했고 늦어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할 것을 밝혔다.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별도의 기금 신설·특별회계 등을 고려하겠다고는 했지만 예산확보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한 4대강 살리기,휴먼뉴딜,녹색 성장 등 예산 소요가 많은 굵직한 사업들을 놓고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노동부, 보건 복지부 등 부처간 치열한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총 301조8000억원 규모인 예산이 내년에는 270조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예산확보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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