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26조원이 자금이 몰렸습니다. 지난 주말 기준 고객예탁금 15조원보다 11조원이 많은 금액입니다. 주식을 사겠다고 고객들이 증권사에 맡겨놓은 금액 총계보다 11조원 많은 돈이 하이닉스 증자에 몰렸단 얘기입니다. 하이닉스의 공모 청약 기록은 삼성카드의 17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유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 대한 우호적 뉴스에 1만3000원대에서 1만6000원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1만350원에 신주를 배정해 주니 투자자 입장에선 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2주만 잘 버티면 앉아서 3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결과적으론 청약경쟁률이 워낙 높아 기대만큼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게 돼 돈을 빌려서 청약했다면 이자비용을 충당하지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청약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증시의 새로운 기록을 쓸만큼 대성공을 거뒀지만 기존 주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대비 배 이상 오른 주가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현주가보다 30% 가량 싼 물량이 2주 후면 쏟아져 나올 것을 생각하면 당분간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간절할 것입니다. 실제 청약이 이뤄진 13, 14일과 청약결과가 나온 15일, 하이닉스는 3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팔자'세에 동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3일 연속 하락했다지만 장중 기준으론 플러스(+)권에서 머문 시간도 적지 않습니다. D램 업황이 좋아질 경우, 하이닉스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년간 하이닉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배팅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증권사들의 의견도 갈리긴 마찬가지입니다. 2만원 내외의 목표가를 제시하며 '매수'를 외치는 증권사들도 있지만 1만2000원대에서 1만4000원 정도의 목표가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 턴어라운드의 중심 하이닉스=하이닉스에 대해 2만2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굿모닝신한증권은 하이닉스가 실적 바닥을 지나 턴어라운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분기 5150억원의 영업적자로 적자폭을 줄인 하이닉스가 3분기에는 6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D램 가격과 NAND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반영한 전망입니다.
2만1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신영증권도 D램 가격의 강세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최근 두차례의 유상증자 등으로 현금유동성을 강화한 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 강세로 2분기 ASP는 전분기 대비 2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대만 업체들의 캐시코스트(cash cost)를 밑도는 수준이라 현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들 업체들은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하이닉스는 유상증자와 추가 차입, 그리고 자산매각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받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재무 안정성을 크게 향상, 경쟁 업체들과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반도체 업황 회복의 최대 수혜, 경쟁력은 더 강해졌다"며 "이제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고 전망합니다. 목표가는 2만원을 제시중입니다. 경쟁업체들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는 유상증자와 주주단의 지원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높은 청약경쟁률이 앞으로 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했습니다. 기대만큼 신주를 받지 못한 외국인과 기관이 장내에서 물량을 추가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나리오입니다.
◆ 단기 모멘텀은 버려라=이번 공모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린 것은 1월 공모 대박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5400원에 공모된 주식은 상장일 8980원까지 올랐고, 이후 1만원대 중반으로 치솟으며 당시 증자에 참가한 주주들은 단기간 100~200%대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대박을 단기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이미 1만3000~1만4000원대 주가가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저가 물량의 상장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KB투자증권은 강력한 D램 가격상승 모멘텀, 추가적인 업계퇴출, 수요회복 가시화 등이 동반되지 않는 한 급격한 주가상승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목표주가 1만4000원과 보유(Hold)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원/달러 환율하락도 실적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D램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동부증권은 (유상증자로) 재무 리스크는 감소했지만 주가 메리트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지금 회복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실적개선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으며 하반기에는 IT 수요둔화와 수급악화에 따른 메모리가격 하락전환으로 4Q09로 가면서 적자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2번의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효과까지 고려할 때 하이닉스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 FN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닉스에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25곳의 목표가 평균은 1만6620원입니다. 최저가격은 미래에셋증권의 8000원, 최고가격은 키움증권의 2만4000원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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