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19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한 재무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10개 은행들의 경우 746억달러에 이르는 자본확충을 요구받게 됐다.

미국의 역사를 거슬러보면 지난 1930년대에도 스트레스 테스트가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1933에서 1934년에 걸쳐 은행권에 30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돈은 주로 은행주를 사들이거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전임 허버트 후버 행정부에서 은행권 구제금융을 총괄했던 기구인 구조조정금융공사(RFC)를 부활시켰다.

당국은 또 1주일간 모든 시중은행들을 문닫게하는 전대미문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은행들을 재무상태에 따라 A, B, C 세등급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재무상태가 우량한 A등급 은행들은 1주일만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반면 재무상태가 취약했던 C등급 은행들은 그 뒤로 다시 문을 열지 못했다.

역사는 당시의 상황을 숨가쁘게 기록하고 있다. A등급을 제외한 은행들의 주주들은 대부분 큰 타격을 입었고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쓰라림을 맛본 것으로 돼 있다.

결국 금융위기를 겪고 있던 B등급 은행들을 누가 지원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됐다. 채권자들이 이를 인수하느냐 구제금융으로 지원하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결국 은행들은 상황에 따라 일부는 채권자 인수를 일부는 구제금융 지원 등으로 모두 제각각의 해결책을 찾아갔다. 살아남은 은행들은 다시 시장을 확대하고 금융시장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다.

1930년대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누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지, 다시 말해 누가 부실한 은행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들 은행의 주식은 폭락세를 기록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 은행들에게 일정 부분 자금확충 계획을 함께 마련토록 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부실한 소형은행들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확대하지 않을 방침이라 밝히고 있어 미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위기조치는 사실상 상황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1930년대와는 달리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이른 바 '불멸의 신화'만을 확인한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테스트는 면죄부에 가깝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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