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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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만든 최초의 외국인학교인 서울 용산국제학교가 개교했다.


당시 산업자원부 보도자료는 이랬다. "이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 자녀 교육환경에 대한 외국인들의 당면한 요구가 해소됐고, 외국인 투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경제에 있어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善)이다.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교육환경 개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지난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강연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까지 7개의 국제학교를 더 짓겠다"고 했다.

2008년 9월 현재 서울 용산국제학교의 전체 학생은 748명, 이 중 62%가 내국인이다. 서울 시내 17개 외국인학교 전체를 놓고 보면 재학생의 21%가 내국인이고, 영어권 외국인학교만을 놓고 보면, 재학생의 40~60%가 내국인이라는 것이 서울시 교육청의 통계다.


지난 3월 한국을 떠난 미국 기업인의 교육경험담이다. 그는 자녀를 집에서 가까운 용산국제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첫째 학비가 너무 비싸고, 둘째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어권 외국인학교가 아닌, 방배동에 있는 프랑스권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진학시켰고, 둘째아이의 유치원도 그 학교에 딸린 부속 프랑스 유치원을 선택했다.


이것이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솔직한 교육현실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외국인 자녀를 위한' 본래적 의미의 국제학교 혹은 외국인학교가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차별화된 학교로 변모돼 가고 있다. 정부정책의 혼선과 남다른 교육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의 열정이 결합된 결과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재정부는 국제학교 혹은 외국인학교의 목적과 입학자격에 대한 분명한 정의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첫째, 외국인 직접투자의 한 형태로서의 국제학교. 내국인을 상대로 영어를 통해 수업하고, 국제성을 추구하는 그런 교육 목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제주국제학교의 성격이 이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전적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인학교로서의 국제학교. 외국인을 상대로 영어 등 외국어로 수업하고, 다만 이중국적이나 외국국적을 가진 한국인들이 부분적으로 진학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서울 용산국제학교 등의 설립취지가 바로 이러했을 것이다.


셋째, 외국인을 위한 학교로서의 성격을 갖되 인천 송도국제학교처럼 내국인의 입학비율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절충적 형태의 외국인학교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ㆍ외국인이 함께하는 학창생활을 통해 국제성을 함양하는 한편 평준화의 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계층을 위한 일종의 '제2의 특목고'로 기능할 것이다.


넷째, 당장에 기대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외국인이 맘 놓고 진학할 수 있는 서울 시내 일반 내국인학교를 키워갈 필요가 있다. 외국인 기업가들의 자녀는 외국인학교에 진학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는 우리들 자녀와 똑같이 국내학교에 진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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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차별대우의 위험성은 잠시 제쳐두자. 따지고 보면 한국학생들에 대한 평가수준은 세계 최상위다. 그런데 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우리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을 꺼려할까. 정책결정권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학교는 특수학교고, 예외학교일 수밖에 없다. 역시 근본적 대안은 전 세계 학생 누구라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제대로 된 한국학교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것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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