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한 로켓에 대한 요격 가능성을 철회하는 등 한·미간 미묘한 대북 입장차가 표면화하면서 우리 정부가 자칫 대북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로켓이) 하와이를 향하고 있거나 하와이 등지를 향한 것처럼 보이는 미사일이 있다면 요격을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요격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적으로는 누구나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고 싶을 것"이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접촉 가능성을 열었다. 또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높은 (북한) 외무성 인사를 접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가 대북 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성 김 수석이 있는 6자회담 이외에도 보즈워스 대표를 따로 임명해 북·미간 직접대화창구를 마련해 두고 있다.

만일 보즈워스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직접대화를 시도해 좀 더 '통 큰' 주제를 다루면 북한은 번거롭기만 한 6자 회담에서 손을 떼버릴 수가 있다. 6자회담을 이용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창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북한은 실제로 지난 29일 노동신문을 통해 "(로켓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정·토의만 되면 6자회담은 완전 파탄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로켓 발사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경우, 6자 회담이 약화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숙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현 국가정보원 제 1차장)은 지난 2월27일 기자들과 만나 보즈워스 대표와 북한 고위급인사가 대화를 열면 6자회담이 약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 "6자회담이 북·미 양자접촉의 거수기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여기자 억류를 함께 풀기 위해 북한과 직접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북·미가 직접대화를 하면 6자회담이 약해지면서 우리가 소외될 수 있는 만큼 한·미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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