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이슈법안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반쪽짜리 법안도 속출해 향후 적잖은 후유증도 예상된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를 담은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김영선 위원장(은행법 개정안 대표발의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올리고, 사모투자펀드(PEF)의 은행 지분 인정 범위도 현행 10%에서 20%로 상향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측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한도 더 낮춰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문제는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고 장기 공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4월 국회에서는 '슈퍼 추경'이라는 빅이슈가 있어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다른 경제법안들이 쟁점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비율을 놓고 1~2%포인트의 견해차도 줄이지 못한 여야의 분위기를 감안할때 차기 임시국회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권들의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 통과 이후에도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은행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산분리의 틀이 완화되면서 대기업과 연기금 등 국내자본의 투자를 유도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10%만으로도 실질적 은행에 대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사회적 여론수렴 과정을 더 거쳐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험ㆍ증권지주회사가 일반 제조업체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처리도 불발됐다.

당초 재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비은행 금융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쉬어지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이 금융·제조업이 하나의 그룹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이 국내에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특정그룹의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앞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법안은 '반쪽짜리'로 통과되면서 오리무중에 빠졌다. '몸통'인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4월 국회로 미뤄지고 '꼬리'인 정책금융공사법 제정안만 통과됐기 때문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민영화시 산업은행의 지주회사 전환과 민영화시 업무영역을 규정하는 것이고, 정책금융공사법은 이러한 산업은행으로부터 분할돼 정책금융기관으로 맡는 회사로 만들기 위한 법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은에서 인력과 자산·부채 등을 이어받아야 설립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이다. 정치권내에서 여전히 산은 민영화에 대한 이견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4월 국회 처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이미 통과된 정책금융공사법은 '몸통'을 잃고 장기 표류하는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지주회사 규제 완화부분이 빠지면서 반쪽짜리로 통과됐다. 이에따라 SK그룹 등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에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손자회사 보유 허용 등 추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산분리 완화 못지않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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