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2년여만에 이삿짐을 싸게 됐다. 2007년 1월 서울 종로타워에 입주한 웅진홀딩스, 웅진폴리실리콘, 웅진식품, 웅진캐피탈, 웅진해피올, 루카스투자자문 등 6개사는 꽃피는 3월이면 충무로의 극동빌딩으로 이사간다.

극동빌딩은 충무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1977년 사옥용으로 지었다가 매각한 이후에 일부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올해 창립 29주년을 맞은 웅진그룹은 16개 계열사에 매출 5조원을 바라보는 재계 37위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사옥 정도는 지을 돈이 충분하고 그런 필요성도 있지만 사옥건립 얘기는 한 차례도 나온 적이 없다.

그룹 계열사 중에서 사옥을 갖고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의 웅진씽크빅, 대전의 웅진에너지 등 지방 사업장 일부 정도가 고작이다. 웅진씽크빅은 웅진출판 시절에는 종로구 인의동의 허름한 건물을 임차해 웅진빌딩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다가 새 집을 가졌다.

이 때문에 일부 계열사는 전세로 사는 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 생활가전과 학습지분야에서 경쟁관계인 교원그룹이 웅진코웨이가 입주해 있는 중구 을지로의 내외빌딩을 매입하고 교원L&C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할 계획이다. 항간에서는 새 집주인 교원 측이 코웨이 측에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룹 내부와 주변에서 사옥 얘기를 꺼내면 윤석금 회장은 항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고 한다. 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도 "사옥을 지으시죠"라고 건의했으나 "사옥은 필요없다"는 똑같은 말만 들었다고 한다. 홍 사장은 "'땅에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라'는 것이 회장님의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600여억원 들여 지은 서울대학교 내의 웅진코웨이 R&D센터를 사옥 이상으로 애지중지한다. 2005년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먼저 R&D센터 건립을 제의했다. 임직원들에게는 "가장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돈을 아끼지 말고 국내 R&D센터 가운데 제일 좋은 건물로 만들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땅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윤 회장의 철학이 충무로시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2년, 3년마다 이사하기에는 그룹 덩치가 커져 그룹통합 업무와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내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극동빌딩의 상징성과 가격하락세에 주목해 웅진그룹이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룹 최대 M&A였던 극동건설이 이 곳의 원주인이었고 법정관리 중에도 빌딩을 매각하지 않을 정도로 애착이 강한 터였기 때문.

게다가 맥쿼리사가 4000억원에 매물(매입가 1580억원)로 내놓은 이 빌딩의 가격이 매각자를 찾지 못해 2000억원대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에 더욱 주목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