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억만장자들의 올해 전망

올4ㆍ4분기~내년 1분기 다시 성장세로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최근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오른 이들 가운데 몇몇에게 실업ㆍ유가에서부터 금융규제ㆍ예산정책까지 다양한 주제를 물어봤다.

설문에 응한 억만장자는 12명이다. 이들은 올해 4ㆍ4분기에서 내년 1분기 사이 경기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경제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억만장자들이 '공포심'이라고 답했다.

미국 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큐번은 "경제 전반이 상승 반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현재 큐번의 순재산은 26억 달러(약 3조4320억 원)다.

또 다른 문제로 신용경색과 미 정부의 구제금융이 꼽혔다. 제약업계의 거물 R. J. 커크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이 대기업에 집중돼 혁신적인 소기업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현재 커크의 순재산은 16억 달러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앞날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이거나 극도로 비관적이었다. 어중간한 입장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금융ㆍ부동산 부문에서 부(富)를 축적한 억만장자들이 다른 부문에서 축재한 억만장자들보다 훨씬 비관적이었다.

올해 예상 실업률에 대해 묻자 이들은 7~10%를 꼽았다. 낙관론자들은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 반면 비관론자들은 6500선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고 답했다.

억만장자들은 차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첫 예산정책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큐번은 "혈세의 용도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제1과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의 거물 리언 차니는 오바마 정부가 '빅3'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개입 없이 자동차 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는 게 차기 재무부의 제1과제"라고 말했다.

자선사업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일부는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기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화재단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눈길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ㆍ미디어 재벌 모트 주커맨은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 거래소 이사장의 사기극에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의 자산 중 10% 이상이나 잃었다. 하지만 자선사업에 대한 열의만큼은 잃지 않았다.

미국의 억만장자 거의 모두가 최근 몇 달 사이 엄청난 재산을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의 커트라인이 지난해 13억 달러에서 올해 10억 달러로 낮춰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