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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교수의 음식이야기] '갯벌의 산삼'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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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학창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유들유들 잘 굽어지고 걷는 모양새가 뼈가 없는 낙지와 같다고 친구들은 낙지라는 애칭을 선사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좀 더 멋지고 예쁜 닉네임을 갖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으나 나이가 들고 식품에 대한 공부를 하며 낙지가 팔이나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바다생물 가운데 우리 국민이 오징어와 함께 가장 즐겨먹는 것이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고 조리법도 다양해 싫어하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학창시절 갖었던 또 하나의 이름이 뿌듯해 진적이 많았다.

낙지는 피로회복에 좋아 "갯벌의 산삼" 이라고 할 정도로 스태미나 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흔히 머리라 부르는 부분(뭉툭 튀어나온 곳)은 몸통이다. 즉 머리는 아래쪽에 있으며, 입을 중심으로 8개의 다리가 붙어있다. 예부터 산후조리용 음식으로 낙지를 넣은 미역국을 최고로 쳤다.

요즘에도 쫄깃쫄깃한 맛이 특징인 낙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거나 산 채로 썰어 꿈틀거리는 것을 소금에 탄 참기름에 찍어먹기도 하고 구워먹기도 하며 일상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 주는 맛깔스런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낙지가 스태미너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칼슘의 흡수,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하는 타우린과 히스티딘이라는 아미노산 때문이다. 또한 낙지는 저칼로리 식품이며 무기질의 보고라고 불릴 정도로 칼슘, 인, 철분, 마그네슘, 나트륨 등이 풍부하고 체내 콜레스테롤의 양을 억제하여 동맥경화를 비롯한 각종 성인병 및 빈혈 예방의 효과도 있다.

낙지를 손질 할 때는 머리를 뒤집어 내장과 먹물주머니, 눈을 잘라낸다. 쓴맛이 배일 수 있으므로 먹물주머니와 눈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내장을 잘라낸 부위에 칼집을 넣은 뒤 안쪽에 숨어있는 단단하고 거무스름한 입을 꺼내서 잘라낸다. 소금을 뿌린 뒤 하얀 거품이 일도록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낙지는 주로 전라남북도에서 많이 잡힌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도 낙지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전라도의 대표적 음식 중 세발낙지가 있는데, 세(細)발 낙지란 발이 가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 낙지는 일반 낙지와 달리 몸통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옛날 사람들은 낙지를 '낙제어'라고도 불렀는데 이 때문에 과거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절대 먹이지 않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있다. 낙지는 구워먹든, 삶아먹든, 무쳐먹든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다. 하지만 낙지요리를 할때는 반드시 낙지와 야채를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물기를 완전히 뺀 다음에 써야한다 것과 간은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잊지 않았음 한다.

외식업이 전반적인 불황이여서 일까 유독 매운 음식들은 그 화끈한 맛만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낙지도 그 대열에 들어 "매운 낙지요리"라는 인기 있는 메뉴가 탄생되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는 "해물떡볶이탕"등이 부대찌개를 제치고 2008년 안주메뉴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매년 5월로 접어들면 '목포의 세발낙지'의 시기가 온다.

순수 그대로의 가녀림을 즐기는 세발낙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매콤한 맛은 느낄 수 없지만 오득오득 씹는 쫄깃함과 고소함은 스트레스해소와 만족감을 주는 최고의 메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남도립대학 호텔조리제빵학부 교수>

광남일보 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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