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중동 특수'로 1분기 호실적에도 몸 사리는 이유
에쓰오일 1분기 영업익 1.2兆
다른 정유사도 실적개선 예상
유가 급등 재고평가이익 효과
2분기 재고평가손실 등 가능성
"정유사만 돈 번다" 여론 우려도
국내 정유사들이 이번 주 올해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업계는 이를 크게 부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기름값 상승으로 여론 부담이 커진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 논의도 진행 중인 만큼 실적 개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울산 온산산업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돔 모양 저장탱크 뒤쪽으로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설비가 있고, 그 오른편에 높이 118m 프로필렌 분리타워 1기, 스팀크래커 4기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에쓰오일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연이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분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쓰오일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에쓰오일은 지난 11일 "시설 정기보수 및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제마진이 일부 상쇄됐지만 래깅(시차) 효과로 인해 정유부문 이익이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2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0.5% 줄어든 8조 9427억원이다. 에쓰오일은 2분기에도 고유가로 인한 수요 둔화보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주요 정유사들도 조만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훈풍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각각 2조원, 1조원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도 2000억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이다. 기존에 싸게 사들였던 원유로 생산한 제품을 유가 급등 후 비싸게 판매한 결과다.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6434억원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라고 분석했으며, 실제로 월별 영업이익 흐름을 보면 1월 1766억원, 2월 242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중동 전쟁이 본격화한 3월 8122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정유업계 내부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실적 개선에도 유가 하락 시 2분기 재고평가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종전 등으로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로 만든 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1분기 호실적 역시 재고 이익 등에 따른 반짝 실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2분기 실적에 반영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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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은 '기름값 폭탄' 탓에 고생하는데 정유사만 떼돈을 번다는 식으로 여론이 전개될까봐 걱정"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서로 다른 손실액 산정 기준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유사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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