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미경]금융지주끼리 1등 경쟁은 옛말…증권사 공세에 긴장하는 금융지주
브로커리지·IMA 앞세운 증권사, 은행 수익성 추월
"은행만으론 성장 한계"…금융지주 위기감 고조
자본시장 경쟁력 위해 증권 부문 리스크 확대 검토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 호황을 발판으로 은행권 실적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금융권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들이 대출 위주의 제한적 수익 구조로 성장이 정체된 반면, 증권사를 핵심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들은 증시 대호황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폭증하고 있는 데다 종합투자계좌(IMA) 판매로 자본 체력도 강해지고 있어서다. 일부 금융지주들은 증권 계열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한도를 확대하는 등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급증한 1조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금융지주(6038억원)는 물론 NH농협금융지주(8688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5대 금융지주인 NH농협은행(1조8140억원)을 앞질렀다. 우리은행(2조6066억원)과의 순익 차이도 근소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1만 포인트'까지 올려 잡으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실적 고공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일부 증권사의 연간 이익이 시중은행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년 전만 해도 양측의 체급 차는 상당했다. 2024년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각각 8936억원,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394억원으로 주요 대형 증권사의 두 배를 웃돌았다. NH농협은행의 20204년 당기순이익도 1조807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1조330억원 수준으로 주요 시중은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은행은 본질적으로 이자수익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업종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금리 환경 등의 영향으로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증권사 중심 금융 그룹은 브로커리지 급증과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IMA·발행어음 확대 기대, 금융지주 계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경영 자율성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 중심 금융지주보다 추가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맞이했다. 특히 증권사판 예금 기능을 하는 IMA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IMA 상품을 4호까지 출시했으며, 3호 상품까지의 누적 조달 금액은 2조1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IMA 도입이 증권사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며 "그동안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중심으로 투자해왔지만 IMA가 도입되면 고객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조달해 대규모 투자·운용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증권사들의 질주에 은행 중심 금융지주들도 긴장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직접 언급하며 증권 지주의 약진에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은 금융시장이 증권 지주(한투·미래에셋)·재벌 지주(삼성·한화)·금융지주(5대)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기존 은행 중심 금융지주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금융지주 간 실적 경쟁을 넘어 자본시장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빠른 AUM(총자산관리 규모) 확대를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셋증권처럼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지주 체제 자체가 리스크 배분 측면에서 증권사 중심 금융지주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투·미래에셋 등 전업 증권사는 사실상 증권업에 자본과 리스크를 집중할 수 있지만, 신한·KB 같은 금융지주는 은행·카드·캐피탈·보험 등 여러 계열사에 RWA 한도를 나눠 배분해야 한다. 전업 증권사처럼 증권 부문에 대규모 리스크를 집중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최근 이런 관행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 확대와 생산적 금융 강화, 증권업 경쟁력 제고 흐름 속에서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은행에 집중됐던 RWA를 증권 부문에 보다 확대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환율과 자산 성장률, 시장 상황 등에 따라 RWA 규모 변동성이 큰 만큼 아직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단계는 아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숨만 쉬어도 월100' 단칸방서 매일 라면…"결국 ...
신한금융지주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는 증권업을 단순한 은행 보조 기능이 아니라 자본시장 핵심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그룹 내부에서도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증권 부문에 대한 목표와 리스크 배분도 점차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