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약탈품展 계기, 소유 이력 공개 강화
韓, 미술서비스업 신고제·추급권 시행 앞둬
출처·감정·거래 기록 관리 '쟁점'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이달 초 나치 약탈 미술품 전용 전시 공간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회수됐지만 원소유자를 찾지 못한 작품 13점의 소유 이력과 이동 경로를 공개한 것이다. 미술품의 출처와 거래 이력을 뜻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가 국제 미술시장에서 거래 안정성과 법적 리스크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나치 약탈 미술품 전용 전시 공간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마담 알퐁스 도데’가 걸려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전후 회수됐지만 원소유자를 찾지 못한 MNR 컬렉션 작품 13점을 이달 초 공개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나치 약탈 미술품 전용 전시 공간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마담 알퐁스 도데’가 걸려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전후 회수됐지만 원소유자를 찾지 못한 MNR 컬렉션 작품 13점을 이달 초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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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술계에 따르면 최근 AP통신 보도를 계기로 유럽 미술계의 약탈 미술품 반환과 출처 검증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AP통신은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회수한 문화재 약 6만점 가운데 1만5000점은 여전히 원소유자를 찾지 못했고, 이 중 약 2200점이 MNR(Mus?es nationaux r?cup?ration) 컬렉션으로 분류돼 있다고 전했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출처 검증은 단순한 진위 확인을 넘어 거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나치 약탈 미술품과 식민지 시기 반출 문화재, 분쟁 지역 문화재 반환 문제가 이어지면서 작품의 소유 이력과 반출 경로는 법적 분쟁의 근거가 되고 있다. 작품의 출처와 소유 이력, 관련 기록 유무가 거래 가능성과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같은 문제가 제도 설계의 과제로 옮겨가고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미술진흥법은 미술 창작과 유통, 향유를 포괄하는 첫 종합 법제다. 올해 7월 26일부터는 미술서비스업 신고제가 시행되고, 2027년 7월에는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거래 투명성과 작가 권리 보호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미술시장 '출처검증 ' 주요 사례.

글로벌 미술시장 '출처검증 ' 주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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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행 제도가 사업자 관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는 시장 참여 사업자를 파악하기 위한 장치지만, 실제 거래 신뢰는 개별 작품의 이력 관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출처와 소유 이력, 감정 근거, 재판매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거래 안정성과 권리 보호를 담보하기 어렵다.


미술진흥법은 구매자가 작가나 미술서비스업자에게 진품증명서 발급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품증명서만으로 작품의 전체 소유 이력이나 출처 리스크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출처 기록과 감정 근거, 거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급권의 실효성 역시 거래 이력 관리에 달려 있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품이 재판매될 때 작가에게 일정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보상금 산정을 위해서는 거래 시점과 가격, 작품 동일성 등이 확인돼야 한다. 거래 기록이 남지 않으면 제도 운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술진흥법 이후 제도 변화와 남은 과제.

미술진흥법 이후 제도 변화와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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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국내 미술시장은 컬렉터 익명성과 프라이빗 세일 관행이 강해 소장자 정보와 거래 가격 공개에 민감하다. 정보 공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거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제한되면 추급권과 출처 검증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핵심 과제는 작품 정보의 표준화다. 모든 거래 정보를 공개하기보다 권리 보호와 거래 신뢰 확보에 필요한 최소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 남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작품 동일성과 진품 근거, 재판매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VIP 프리뷰'에서 참가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5.4.16. 강진형 기자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VIP 프리뷰'에서 참가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5.4.16.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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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보완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이유경 변호사는 추급권 제도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예기간 설정과 시범 적용,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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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재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신고제는 시장 참여 주체를 제도권 안에서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개별 작품의 출처와 소유 이력 관리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추급권 역시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최소 정보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며, 컬렉터 신원이나 과거 소유 이력 전체가 노출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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