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대서양동맹 중요성 강조
트럼프-유럽 간 외교적 교량역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예정대로 미국을 국빈방문해 미 의회 연설을 강행했다. 총격 위협에도 일정을 고수한 이번 방문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흔들리는 대서양 동맹을 지켜내려는 영국의 절박한 외교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호 우려에도 방미일정 진행한 찰스3세
이번 방문은 처음부터 이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영국 국왕을 직접 초청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미국은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나라인 만큼, 영국 국왕이 와서 그 독립을 함께 기념해달라는 요청 자체가 여러모로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방문 직전 총격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는 영국 측에 일정 연기를 제안했다. 그러나 찰스 3세와 영국 정부는 예정대로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으로서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을 나토 동맹국들에 제안했으나 전부 거절당했다. 영국도 이를 거부한 나라 중 하나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주둔 미군 숫자를 줄이겠다는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나토를 실제로 탈퇴할 경우 유럽이 처하게 될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찰스 3세가 영미 관계 개선을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온 대서양 동맹 자체를 지켜내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방문은 영국이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자리였기 때문에, 총격사건으로 미국 측이 오히려 민망한 처지가 된 지금이야말로 할 말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美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외교정책 조목조목 비판
이번 미 의회 연설에서 찰스 3세는 부드러운 어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나토가 수행해온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방 국가들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계속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직접 언급하며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미국에 대해서는 서방의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하며, 고립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하며 대서양 동맹에서 미국의 역할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연설 중간 갑작스럽게 3권 분립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찰스 3세는 미국과 영국의 의회 제도와 법적 뿌리가 같다고 짚으면서, 행정부는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권한법에 의거해 60일 기한 동안 대통령 단독으로 이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가 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돌려서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의회 연설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찰스 3세와 가진 만남에서는 매우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어머니가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부터 그를 좋아했다는 사적인 이야기까지 꺼냈고, 심지어 찰스 3세가 자신의 먼 친척일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 가문이 독일 출신인 만큼, 독일 하노버 왕가에서 출발한 영국 왕실과 혈연적 관계가 있다는 뜻으로 한 발언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영국 왕실과 자신이 가깝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어 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영국 안팎에서는 오히려 결례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행위를 했는데, 영국에서는 국왕이 허가하지 않은 신체 접촉은 불경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8초간 악수를 하는 장면에서도 기싸움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무례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백악관이 소셜미디어에 두 사람의 기념사진을 올리며 "투 킹스(Two Kings·두 왕의 사진)"라는 표현을 쓴 것도 논란을 키웠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국왕을 독립 250주년 행사의 명분으로 불러놓고 자신이 마치 왕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싶어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 250주년 행사를 앞두고 워싱턴에 개선문을 세우고, 백악관에 대규모 만찬장을 조성하는 데 이어, 일각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본뜬 동상까지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노 킹스(No Kings)' 시위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방문이 대서양 동맹 유지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누구보다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각별히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반대하자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찰스 3세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실제로 지원이 끊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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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영국 국왕이 단순한 의전 상대를 넘어 실질적인 외교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영국 국왕은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 정치에도 과도하게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현안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만큼 다른 나라 지도자들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대서양 동맹의 틀이 깨지지 않도록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점을 활용해 영국 국왕과의 친밀감을 과시하고 자주 미국으로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과 유럽 입장에서도 영국 국왕의 이 같은 셔틀 외교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로 부상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이런 만남이 더욱 상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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