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오인 쉬운 희귀질환, 조기 진단해야"

어린 시절 손발이 타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은 성장통으로 넘겼던 경험이 있는가. 혹은 땀이 잘 나지 않아 더위를 유독 힘들어했지만 단순한 체질 문제로 여겨졌던 적은 없는가. 이런 증상들이 반복됐다면, 그 이면에 희귀질환인 '파브리병(Fabry disease)'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파브리병은 특정 당지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제 A가 부족해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지질이 혈관과 조직에 쌓이며 신장, 심장, 신경계 등 전신 장기에 서서히 손상을 일으킨다. 겉으로 드러나는 초기 증상은 비교적 흔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조용한 진행성 질환'이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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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질환이 너무도 익숙한 증상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손발 끝의 화끈거림이나 저림, 피로, 복통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의 경우 이러한 통증이 '성장통'으로 오해되기 쉽다. 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 역시 체질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처럼 초기 신호를 가볍게 넘기다 보면, 병은 진단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된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단백뇨와 신장 기능 저하로 시작해 신부전에 이르거나, 심비대와 부정맥,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러 환자가 신장 질환이나 심장 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파브리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장기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라면 치료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답은 명확하다. '조기 인지와 진단'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손발 통증이 반복되거나, 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신장질환이나 심장질환, 뇌졸중을 겪은 사례가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인 만큼 가족 단위의 접근도 중요하다. 한 명의 환자가 확인되면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선별 검사를 통해 잠재적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행히 현재는 부족한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법이 마련돼 있다. 특히 어린 시기나 청소년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파브리병은 '늦게 발견할수록 위험해지는 병'이 아니라, '일찍 알수록 충분히 관리 가능한 병'이다.


의학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질환은 '언제 발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파브리병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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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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