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세포 하나까지 해석한다"…AI로 인간 '디지털 트윈' 만든다
단일세포·공간오믹스 결합…질병 예측부터 맞춤 치료까지, 생물학 패러다임 전환
인간 몸을 '데이터'로 복제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의 상태를 읽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통합해 질병과 면역 반응까지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개념이 생물학의 새로운 연구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역 비즈허브센터 2층 프리미엄 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박종은 IBS 바이러스연구단 CI(연구단장)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세포 지도와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는 우리 몸과 질병의 신비'에 대해 강연했다.
박종은 IBS 바이러스연구단 CI(연구단장)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과학기자협회-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세포 지도와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는 우리 몸과 질병의 신비'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박종은 CI는 단일세포 분석과 공간오믹스,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인간 생물학을 '시뮬레이션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연구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이제는 인간 세포 지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는 세포에 자극을 가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이해해야 진짜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포 30조개를 '압축'하는 기술…AI가 만드는 가상 인간
인간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이 세포들은 동일한 유전체를 공유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처럼 방대한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박 CI는 이를 "30조 개 세포와 수만 개 유전자가 얽힌 거대한 행렬"에 비유하며 "결국 이를 압축해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세포 내부 유전자 조절, 세포 간 상호작용, 장기 간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인공지능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박 CI는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협력하고 억제하는지 그 관계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네트워크를 모델링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 구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암·면역·백신까지…데이터 기반 '예측 연구'로 확장
이 같은 접근법은 실제 연구 현장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혈액 내 세포 구성을 기반으로 질환 상태를 구분하는 '혈액 표현형(Blood Phenotype)'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감염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분류하고 약물 반응성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박 CI는 "환자의 세포 상태를 기반으로 사전 분류를 하고, 약물 반응성과 연결하면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며 "정밀의료 영역에서는 이미 이러한 접근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세포와 공간오믹스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가상 인간(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여기에 자극을 가해 질병 반응을 예측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도. IBS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또한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mRNA 백신이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이 확인되는 등 세포 수준에서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기존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는 "현재 모델은 세포 수준 이해에 강점이 있지만, 여러 조직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전체 생체 시스템은 여전히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며 "완전한 대체까지는 5~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흐름은 생물학 연구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기존 생물학이 개별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포 간 상호작용과 질병 진행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박 CI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질병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식도 점차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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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디지털 트윈 역시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만, 결국은 세포와 유전자 간 관계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며 "이러한 모델을 통해 인간 생물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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